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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 일자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입력
2015.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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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의 한 소셜 커머스 회사가 수습사원 전원을 불합격시킨 일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후속 보도를 통해 그 기업의 정규직 사원들도 나쁜 근로조건과 다양한 방식의 퇴사 압력에 시달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곳에서 퇴사한 사람은 마치 젊은이들을 건전지를 갈아 끼우는 것처럼 느껴졌고 소진되고 버려진 기분이었다고 한다.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은 청년이 그런 대우를 받고 느꼈을 모욕감과 절망감은 매우 컸을 것이다.

그 회사는 비난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회원 가입을 철회했으며 불매 운동도 진행됐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별 기업의 책임 외에 우리가 더 신경 쓸 것이 있다. 국가와 사회 역시 청년들이 그런 대우를 받은 데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맹자에 나오는 일화를 보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는지를 묻자, 맹자는 인의(仁義)만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맹자가 이유를 설명하기를, 왕이 ‘어떻게 나라를 이롭게 할까?’ 생각하면, 대부들은 ‘어떻게 우리 집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고 사(士)와 서인(庶人)들은 ‘어떻게 내 몸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의로움을 뒤로 하고 이로움을 앞세우면, 모든 사람이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않게 되어 결국 나라가 위태롭게 되므로, 왕은 이익이 아니라 인의를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화를 읽다보면, 전국시대에 부국강병을 원하던 양혜왕과 오늘날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의 이익을 챙기는 행동을 정당화하고 불로소득을 얻은 사람의 합리적 판단력을 칭찬하며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의 희생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가볍게 다뤄졌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는 애썼지만,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

한 신생 기업에서 일어난 이번 일은 기업과 개인과의 관계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회사로서는 이윤을 더 얻기 위해 퇴직을 강요하고 수습사원을 불합격시키는 행동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함부로 직원들을 배치전환하고 시간외 근로수당을 주지 않은 채 장시간 일을 시키는 것, 정당한 사유 없이 수습사원을 해고하는 것 등은 위법하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국가의 근로감독 권한은 발휘되지 못했다. 인의(仁義)는 사라지고 이로움만이 앞세워진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잘 되면 국가와 개인도 잘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기업이 잘 되면 국가와 개인이 잘 될 수도 있는 건 맞지만, 기업이 잘 된다고 반드시 국가와 개인도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기업국가’라 표현하는 건 지나치지 않다. 이것은 기업이 잘 되는 것이 종국적으로는 개인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의 경험은 이런 전제가 틀렸다는 걸 보여줬다. 맹자의 표현을 빌리면, 기업과 개인이 함께 잘 되기 위해서는 인의에 기초한 국가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는 청년의 일자리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편한 일자리만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직장에서 밤늦게까지 성실히 일하고 있다. 그들은 편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 그리고 적정한 소득과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직장에서 스스로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청년에게 무조건 그곳에서 일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인간은 노동시장에 놓인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존엄과 가치를 지닌 존재이고, 청년들도 이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공무원 시험 또는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비난하지 못하는 이유이고, 일자리 질의 제고를 위한 국가의 노력을 요청하는 이유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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