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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車도시, 폐허 속 다시 시동거는 車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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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車도시, 폐허 속 다시 시동거는 車산업

입력
2015.01.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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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이 신차 구입 불러오고 노사 합의로 임금 줄여 '터널 탈출'

글로벌 빅3 생산시설 외곽 이전, 현대모비스 등 60여개 한국 기업 진출

폐허가 된 디트로이트의 다운 타운. 김창훈 기자
폐허가 된 디트로이트의 다운 타운. 김창훈 기자

‘2015 북아메리카 국제오토쇼’(이하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차로 불과 10분 남짓 달리자,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부서지고 검게 탄 건물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래퍼 에미넴의 자전적 영화 ‘8마일’로 유명한,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를 가르는 디트로이트 시내 ‘8마일 도로’ 근처 주택가는 낮인데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맨홀에서 2~3m 높이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황폐한 도로는 흡사 유령도시를 연상시켰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황금기를 누린 부품공장들도 폐허가 돼 버려져 있었다.

갑자기 흑인 남성 서너 명이 탄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따라 붙었다. “8마일 도로 남쪽은 낮에도 가면 안 된다”는 교민의 당부가 뇌리를 스쳤다. 힘껏 가속 페달을 밟고 10여 분을 달려 주택가를 벗어난 뒤에야 따라오던 승용차는 사이드미러에서 사라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모터쇼 취재를 마치고 잠시 돌아본 디트로이트 시내 풍경이다. 한때 ‘세계 자동차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다 어느새 역대 최대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파산한 비운의 도시 디트로이트. 이제는 미국 내 살인사건 1위 등 ‘범죄도시’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이게 디트로이트의 전부는 아니다. 되살아난 미국 자동차산업과 함께 디트로이트에는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곳곳에서는 재건도 진행 중이었다. 우리 자동차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디트로이트 외곽의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에서 흑인 근로자들이 크라이슬러에 납품할 자동차 섀시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디트로이트 외곽의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에서 흑인 근로자들이 크라이슬러에 납품할 자동차 섀시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에 따르면 미시간주 총생산(GSP)은 2009년 3,696억달러로 바닥을 친 후 2013년 4,082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실업률도 2009년 말 13.9%에서 지난해 11월 6.7%로 떨어졌다. 미시간주 경제의 약 47%를 차지하는 디트로이트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빅3’인 제너널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와 대다수 부품기업들은 2009년부터 시내 공장을 구조조정하거나 폐쇄하고 생산시설을 시 외곽으로 옮기면서 다행히 2013년 7월 디트로이트시 파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여기에 노조와의 합의로 임금을 대폭 줄인 ‘차별임금제(Two-tier wage system)’가 정착되고, 유가하락으로 신차 구입이 늘며 빅3는 ‘어두운 터널’에서 탈출했다. 디트로이트에서 나고 자란 40대 흑인 남성은 “2년만 지나면 디트로이트도 제 모습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품기업들도 덩달아 성장세다. 경영컨설팅사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부품시장 규모는 2011년 이후 연 평균 8.8%씩 커져 지난해에는 매출액 기준 555억달러에 달했다. 자동차산업이 살아나면서 디트로이트와 인근 지역에는 델파이 등 글로벌 부품기업들이 모두 둥지를 틀었고, 우리 기업들도 약 60개 진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파산 위기에 몰린 크라이슬러의 요청으로 2009년 현지 섀시모듈공장을 인수해 세운 현대모비스의 미시간공장이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 공장은 가동 첫해 연간 10만대에서 지난해에는 35만대로 모듈 생산량이 3배 이상 증가했다.

KOTRA는 미국에서 배터리 경량화소재 서스펜션 등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산 부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균 디트로이트무역관 과장은 “미국 자동차시장은 내년에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 부품기업들의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약 2만명 규모인 교민사회에도 최근 일자리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디트로이트=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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