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기업에 영향 줄 듯
재계 2위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배당액을 전년 보다 54%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 등 전년도 실적발표를 앞둔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4년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어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496만1,877대를 판매해 89조2,56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2013년보다 4.8%, 매출액은 2.2% 증가해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2% 감소한 7조5,500억원으로 2010년의 5조9,185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8.5%로 2013년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에 역대 분기별 최대인 133만7,040대를 팔아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3.8% 증가, 연간 영업이익 감소율을 한 자리 수에서 막을 수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신차 효과로 판매와 매출액은 늘었지만 원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 등 환율 여건이 좋지 않아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익은 줄었지만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씩 총 8,173억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주당 1,950원(배당총액 5,344억원)에 비해 54% 늘어난 액수다.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액이 차지하는 배당성향도 지난해 6.2%에서 11.1%로 상승하게 됐다. 2010년 이후 현대차의 주당 배당금은 2,000원을 밑돌았고, 배당성향도 6∼7%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결산배당 확대에 이어 올 상반기 실적 확정 뒤 중간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중간배당은 현대차그룹에 지금까지 없던 일이다.
현대차의 배당 확대는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고 정부의 내수경기 활성화에 동참하는 한편, 기업소득환류세(사내유보금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배당성향을 높이면 기업소득환류세액은 줄어든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평균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배당확대를 밀고 나와 23일 실적발표를 하는 같은 그룹 기아자동차도 발맞출 것이 확실시되고, 배당규모 30∼50% 확대를 검토 중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금융권도 동참이 예상되고 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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