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등 시설 망가지고 전복 다시마 김 생장 막히는 등 피해 속출
중국 보아이만서 대량 유입 추정 양식어민들 "제거 장비 인력 태부족"

“후…, 떼어내도 떼어내도 끝이 없어요.”
22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도 비리마을의 한 전복 양식장. 그물에 달라붙은 검푸른 해초를 쉴새 없이 뜯어내던 김모(61)씨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여기 한 번 보세요. 이게 모자반이라고 하는 건데요. 이렇게 그물에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아요.” 김씨는 “전복뿐만 아니라 다시마 양식장에 모자반이 덮치면서 양식장들이 초토화하기 직전”이라며 “모자반을 제거할 인력과 장비도 턱 없이 부족해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신안과 무안 등 서남해안에 수산물 양식어민들의 한숨소리가 넘쳐 나고 있다. 중국에서 조류를 타고 밀려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괭생이 모자반’이 전복과 다시, 김, 미역 등의 양식장을 덮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모자반 때문에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서남해안 양식장에 모자반이 출현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 해역에 자생하는 모자반과 달리 식용이 불가능한 이 모자반은 중국 보아이만(발해만)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북서풍을 타고 전남 해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3~5㎙ 길이로 떠내려오는 모자반은 곧바로 양식장 지주대와 그물에 달라붙어 다시마와 전복 등 수산물의 생장을 가로막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기름띠로 보일 정도다.
모자반의 ‘양식장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흑산도와 비금도, 증도, 지도, 임자도 등 신안 해역 일대다. 이들 섬 지역의 500여 양식 어가들은 양식장 코 앞까지 다가온 검푸른 띠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서남해역의 양식장 3,389㏊에 2,000톤 가량의 모자반이 유입됐다.
이 때문에 지주대나 파이프, 그물 등 양식시설이 손상되기 일쑤다. 실제 흑산도 비리마을에서는 전복 양식어가 3곳과 다시마 양식장 20곳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다시마의 경우 성장이 멈춰서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모자반 피해 현장을 둘러본 임흥빈 전남도의원은 “모자반이 전복 먹이인 다시마 양식장을 덮쳐 다시마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자반 제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모자반의 습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제주 북부 연안을 중심으로 괭생이 모자반 줄기가 대량으로 밀려들어 어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지역은 지난주부터 어촌계원들이 협재리와 금능리, 옹포리 해안에 쌓여있는 괭생이 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해안에서는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또 모자반 줄기가 소형 어선들의 스크루에 감겨 기관고장을 일으키는 등 안전사고 우려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 등 수산당국은 모자반 수거 작업에 나섰다. 도와 신안군은 최근 165척의 선박과 391명의 인원을 동원해 모자반 512톤을 수거했다. 도는 앞으로 4일간 선박과 인력을 동원해 1,400여톤을 수거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지속적인 어장 예찰을 통해 모자반의 유입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중국 해역에서 모자반이 추가로 유입되면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신속하게 처리해 어업인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수거된 모자반은 건조 과정을 거쳐 농지의 친환경 비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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