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 행성에서 온 ‘도민준’ (김수현 분)과 한류 인기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까지도 뜨겁게 달궜다. 그들은 가슴 아프게 이별할 뻔하지만, 도민준이 웜홀(두 시공간을 잇는 통로)을 발견한 덕에 다시 재회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TV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텔레그래프가 21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국제고등학술연구학교의 천문학자들이 '우리은하'에 웜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수학적으로 있다고 밝혔다. 은하수 중심에는 은하들을 묶어 두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암흑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웜홀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웜홀의 존재를 예견한 바 있다. 하지만, 웜홀이 시간여행이 가능하도록 열리는지 여부는 알아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웜홀이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다. 시공간을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이 만나도록 구부릴 때는 반경이 100㎞이고 무게가 태양과 비슷한 중성자별 만큼의 큰 부피를 차지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사례들이 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리에스테 천문학자들은 다른 의견이다. 파울로 살루치 교수는 “만약 은하수의 암흑 물질 지도를 가장 최근의 빅뱅 표본과 결합시키고 시공간 터널의 존재를 가정한다면, 우리은하에 그 터널이 실제로 있으며 크기는 은하만 할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것처럼 시간터널을 통해 실제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살루치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고 물리학자 킵 숀이 기술적 도움을 준 ‘인터스텔라’에 묘사된 것과 비슷하다는 입장이다. 살루치 교수는 “영화가 나오기 오래 전부터 영화의 주인공인 천체 물리학자 ‘머피’가 연구하던 바로 그 방정식을 연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실제 웜홀은 시공간의 구조에 살짝 흠집 낼 정도의 적은 크기일 뿐이라고 가정돼 왔다. 그러나 은하수 중심에 있는 것은 우주선과 내부의 승객들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할 가능성이 있다. 살루치 교수는 “우리은하에 웜홀이 존재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 모델에 따르면 이 가정은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학자들은 은하수와 비슷한 안드로메다 같은 나선 은하들에도 역시 웜홀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론적으로 은하수를 불규칙 은하인 ‘마젤란운(雲)’과 같은 다른 형태의 근처 은하와 비교해보는 것으로 이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 있다. 트리에스테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다른 과학자들이 ‘은하 헤일로’(은하계의 일부로 나선은하와 우주공간의 경계) 구역에서 웜홀의 증거를 관측하는 것을 독려할 수 있어 의의가 있다. 살루치 교수 연구팀의 이론은 ‘물리학 연대기’ 학술지 최신호에 실렸다.
함지현 인턴기자(한양대 국어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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