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 바둑] 사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본선 16강전 제3국

백 이태현 5단 흑 한태희 4단

참고 1도

참고 2도

장면 7 한태희가 중앙을 1로 끊은 게 시기적절한 응수타진이다. 축, 장문이 모두 안 되므로 이태현이 일단 2로 응수했지만 이 교환으로 인해 흑이 5부터 9까지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이태현이 얼른 10으로 호구 자리를 들여다봤는데 이게 너무 경솔했다. 그냥 튼튼하게 11로 이어두는 게 안전했다. 한태희가 기다렸다는 듯 즉각 11로 차단, 반격에 나서자 백도 약간 기분 나빠졌다. 참고1도 1, 2를 교환한 다음 3으로 지키면 4로 한 칸 뛰는 게 멋진 맥점이어서 백의 요석이 고스란히 잡힌다.

이태현이 A의 공배를 채우지 않고 그냥 12로 날일자 한 게 좋은 수다. 지금은 참고2도 1로 차단해도 2, 4로 수를 조이면 오히려 흑이 다 잡힌다. 그렇다면 이제는 좌변 흑돌이 살아야 하는데 사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B로 두면 확실히 완생이지만 너무 굴욕적이고, C는 계속 패맛이 남는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흑이 무척 괴로운 상황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