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안 대부분 수용해 대치 종료 "사실상 쿠데타 성공한 것" 분석
시아파 민병대 후티의 대통령궁 장악과 대통령 관저 공격으로 촉발된 예멘의 정치적 혼돈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후티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며 무력 대치 상황은 일단 종료됐다.
AFP통신 등은 21일 하디 대통령과 후티가 9개항 합의서에 서명해 후티가 대통령궁 등 주요 정부 시설에서 철수하기로 했고 하디 대통령의 억류도 풀렸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유엔 중재와 하디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진 헌법 초안 등에 불만을 품고 20일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대통령 관저를 공격했다. 하디 대통령은 관저가 후티 병사들에 의해 포위되며 억류 상태에 놓여있었다. 후티와 정부군의 무력 충돌로 적어도 35명이 사망하고 94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예멘을 6개 지역으로 나눠 연방제 국가로 만들기로 한 헌법 초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후티는 예멘의 6개 지역 분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양측은 또 후티를 포함해 예맨 내 각 정파에 정부 요직을 동등하게 분배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후티는 하디가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고 밝히며 미국 관리들이 하디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하디 대통령과 손잡고 예멘 남부를 근거지로 활동 중인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 격퇴 작전을 수행 중이다.
하디 대통령이 후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후티의 쿠데타에 준하는 정변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하디 대통령의 자리를 지켜주면서도 권력 분점에 확실히 성공했다는 것이다. 도하 브루킹스연구소의 국제분쟁 전문가 이브라힘 샤퀴에는 “후티는 하디가 대통령으로 남아있기를 원하고 그와 예멘 정부가 후티에 협조적이기를 바란다”며 “예멘을 통치하기보다 지배하기를 원한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하디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되면서 여러 정파로 국토가 나뉜 예멘의 분열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후티는 수도 사나를 비롯해 북부를 점령 중이며 제2도시 아덴을 중심으로 한 남부는 남부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AQAP는 수니파 부족들과 연계해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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