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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누구를 위해 삐라 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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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누구를 위해 삐라 뿌리나

입력
2015.0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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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겨울엔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 11월 7일 이후로 대북전단(삐라)을 못 보내고 있다. 기상조건상 아무래도 2월까지는 보내기 힘들어 당분간 전단을 날릴 계획이 없다.” 지난해 12월 30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본보와의 통화에서 밝힌 입장이다. 그는 최근 통일부 당국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삐라 살포 자제 요청에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다른 언론에도 자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던 박 대표가 미국 인권재단(HRF) 회원들과 함께 19일 밤 기습적으로 삐라 10만장을 살포한 사실을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백보 양보해서 북한 인권을 개선하고 체제를 바꾸겠다는 그의 뜻을 이해한다 치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대한민국에서 삐라 살포 행위를 막을 제재수단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본인도 인정했듯 겨울철에 보내는 삐라는 대부분 북쪽까지 날아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오는 바람에 실효성도 떨어진다. ‘삐라에 함께 담긴 1달러 지폐를 제외하고 김정은 비방 전단 등은 북한 주민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살포된 삐라 자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선동하겠다면 굳이 살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도 될 텐데, 북한의 반발을 사고 단속을 강화시킬 게 뻔한 일을 다음날 공개하는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실천 가능한 대화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인터뷰’ DVD를 평양에 대량 살포하겠다. 우선 설까지는 북한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남북관계의 키를 쥐고 있다는 오만한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국민과 언론과 정부를 기망하고도 대화를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인가’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일부 탈북자단체들이 미국 인권단체의 자금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삐라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박 대표는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표의 방약무인한 태도는 통일부의 방치 책임이 크다. 최근 법원은 삐라 살포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급박한 위협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제지는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국회 외통위까지 나서 전단살포 대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마당에 정부만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박 대표는 자제하고 통일부는 적극 개입해야 마땅하다.

정상원 정치부 기자
정상원 정치부 기자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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