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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줄이은 명퇴, 보상은 천차만별

입력
2015.0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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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행권이 가장 조건 좋아...씨티은행 최대 5년치 연봉 지급

증권업계는 10~24개월치 그쳐...유안타증권은 최저 6개월치 불과

희망퇴직 권고를 받은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회사가 제시하는 퇴직지원 혜택은 마지막 ‘당근’이다. 지난해 대규모 감원 한파가 몰아친 금융권에서 회사별로 희망퇴직 지원금 규모가 많게는 수십배 이상 차이 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극도의 ‘퇴직 빈부 격차’를 두고 떠난 이는 물론, 아직 회사에 남은 잠재적 구조조정 대상자들의 불안과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일보가 작년 희망퇴직을 단행한 금융사 중 퇴직 조건을 공개한 회사들의 퇴직지원 조건을 비교해 본 결과, 퇴직 직전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한 위로금이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60개월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각 사의 월급 수준이 다른 점과 기타 추가 지원까지 감안하면 실제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지는 셈이다.

단연 돋보이는 곳은 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은 근속연수에 따라 24~36개월치 월급을 기본으로 하고 1965년생 이상은 24개월치를 추가로 지원했다. 20년차 부장급의 경우, 최대 5년치(60개월) 연봉을 챙긴 셈이다. 기존 퇴직금까지 함께 받은 한 퇴직자는 1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녀 2명까지는 학자금으로 1인당 1,000만을 지원하고 퇴직 후에도 배우자까지 3년간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당시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 때문에 이례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일 뿐 매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정반대 케이스는 유안타증권이다. 동양사태로 회사가 존폐위기에 놓였던 유안타증권은 대만 회사에 인수되기 전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나 위로금이 6~12개월치로 금융권 중 가장 단출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위로금 자체가 기존 직원들의 월급 삭감분에서 나왔기 때문에 적을 수 밖에 없었다”며 “회사 자금사정도 불안했지만 여론도 상당히 악화돼 있어 많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업권별 차이도 컸다. 가장 예우가 좋았던 곳은 보험권이었다. 조건을 공개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36개월치, 30개월치를 제공했다. 한화생명은 희망퇴직 지원 시 1직급 특별승진과 함께 퇴직 이후 5년간 월 15만원씩 연금지원수당도 제공했다.

은행권도 비교적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24~34개월치 월급과 함께 다양한 옵션을 제안했다. 고등학교 입학예정 자녀 2인까지 대학학자금(최대 5,600만원) 지원 또는 중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명수에 관계없이 1,000만원 지급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부부 건강검진비 3년치와 전직창업지원금 1,000만원, 창업컨설팅 지원 등도 제공했다.

증권사들은 대개 10~24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책정했다. 일부에선 직급에 따라 정액을 지급한 곳도 있다. HMC투자증권은 대리부터 부장까지 최소 9,000만원부터 최대 2억3,0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삼성증권도 직급과 연차에 따라 금액으로 제시해 최대 2억5,000만원을 줬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퇴직조건을 두고 금융권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종잣돈마저 빈익빈 부익부가 돼 간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선이다. 씨티은행처럼 깜짝 놀랄 조건을 지켜본 회사에선 직원들이 갈수록 높은 위로금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작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희망퇴직 조건이 더 좋았던 한화생명에선 퇴직자들 사이의 박탈감도 터져 나오고 있다. "목돈보다 영업점 등에 재취업을 시켜주는 게 훨씬 끌린다"는 금융사 직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들 모두를 부러워하는 계층이 훨씬 많다.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강모씨는 “평소 임금도 높은 금융사들의 엄청난 퇴직위로금 얘길 들을 때마다 우리 같은 비금융권 직원의 박탈감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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