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교 53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키로 합의한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21일 쿠바인의 미국 이민 문제와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와 쿠바 아바나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전세기의 안전 현안 등을 주로 논의했고, 22일 워싱턴DC와 아바나에 양국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국무부는 앞서 20일 “로베르타 제이콥슨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이 21∼22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양국 대사관 재개설 등 구체적인 외교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첫 협의를 벌인다”고 밝혔다. 제이콥슨 차관보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책임자로 미국 정부가 지난 35년 사이 쿠바에 보낸 당국자 중 최고위급이다. 제이콥슨 차관보는 24일까지 쿠바에 머물면서 인권활동가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도 만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방침을 재차 강조했고 앨런 그로스를 상ㆍ하원 합동연설장 일등석인 미셸 오바마 여사 옆자리에 초대했다. 그로스는 2009년 쿠바에서 간첩 혐의를 받고 수감됐다가 양국이 국교 정상화 방침을 밝힌 직후인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미국 정부는 또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고 나서 이를 실행에 옮기는 첫 조치로 16일부터 쿠바와의 무역 및 금융거래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여행 자유화를 확대했다. 쿠바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석방을 요구해온 정치범 53명을 모두 풀어줬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19일 아바나를 방문한 패트릭 리히(민주ㆍ버몬트) 상원의원 등 미국 의원단에 “대미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1961년 1월 쿠바와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정권을 차지한 지 2년 만이었다. 미국은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77년부터 양국 간 대화 채널로 아바나에 이익대표부(interests section)를 운영하면서 미국인에 대한 영사 업무 등을 지원해 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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