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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거 중립성 신뢰 두텁지만… 제도·운영 측면 '세 가지 빈틈'

입력
2015.01.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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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양당체제… 지도부 권한 막강, 눈 밖에 나면 10선도 쪼개기 탓 낙마

2008년 220만명 투표 포기 전례, 온라인·투표소 등록 확대 등 필요

“미국 선거제도는 겉으로만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국 한인 교포의 정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풀뿌리 민간단체 ‘시민참여센터’(KACE)의 김동찬 대표는 선거 운영이나 제도의 완결성 측면에서 미국 선거제도는 한국에 비해 허술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50개 주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연방차원 선거도 주 정부가 관장하는 바람에 각 주마다 투표 일시, 투ㆍ개표 방법이 다르다.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율 등 관련 통계집계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주별로 비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산정책연구소 우정엽 워싱턴 사무소장도 “일선 지방자치단체 선거관리 직원의 실수로 유권자 명부가 사라져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말했다. 우 소장은 “부실한 선거 제도에도 불구, 미국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것은 ‘조직적 부정투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유권자들이 시스템의 선의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부정선거’, ‘관권선거’로 몰아붙이는 게 다반사인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선거관리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시스템 자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에도 불구, 많은 전문가들은 19세기 농업 위주의 느슨한 연방국가 시절에 뿌리를 둔 현재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질적인 게리멘더링 ▦복잡한 유권자 등록과 투표권 제한 ▦선거일 조정 등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강력한 양당 체제로 인해 각당 지도부는 선거체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연방하원 10선 의원이라도 지도부의 눈밖에 나면 게리멘더링을 통해 단칼에 낙마할 수 있다. ‘싱크탱크’라기보다 워싱턴에서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통하는 한미경제연구소(KEI) 도널드 만줄로 소장은 대표적 피해자다. 93년 이후 일리노이 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내리 10선에 성공했지만, 2012년 당시 에릭 캔터 원내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핵심 지지계층이 몰린 지역이 쪼개지면서 11선에 실패했다.

유권자 등록과 관련, 토마스 만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적법 자격을 지닌 220만명 유권자가 이 문제로 투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유권자 등록 확대 ▦선거 당일 투표소 등록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선거와 연방의원 선거를 평일(짝수 해의 11월 첫 월요일의 다음 화요일)에 치르도록 하는 선거일 규정도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만 연구원에 따르면 ‘화요일=선거일’ 규정은 헌법 규정이 아니며, 미국이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농경사회였던 1845년 당시 제정된 법 때문이다. 당시 의회는 대부분 농부인 유권자들이 토요일 농사 짓고, 일요일 예배 본 뒤, 월요일 마차로 읍내로 나와, 화요일 투표하고, 수요일 장(場)을 보고 귀가하는 일정에 맞춰 투표일을 정했다.

앤 레이블 미 연방선거위원회(FEC) 위원장은 “선거일 조정은 FEC 고유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전제한 뒤 “개인적 소견으로는 선거일을 휴일로 옮기거나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 투표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레이블 위원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 시장 선거 투표율이 13%에 머무는 등 정치적 무관심과 복잡한 선거제도 등으로 미국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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