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다양화 요구와 동떨어져
양승태 대법원장은 2월 17일 퇴임하는 신영철(61·사법연수원 8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박상옥(59·11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21일 임명 제청했다.
14명 대법관이 모두 법관 출신인 현재 대법원에서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안대희 전 대법관 이후 맥이 끊긴 ‘검찰 출신 대법관’의 명맥을 다시 잇게 된다. 그러나 ‘경기고-서울법대-50대 남성’이란 대법관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법관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구와 동떨어진다는 게 법원 안팎의 평가다.
대법원은 박 후보자에 대해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검사, 변호사, 국책연구기관장을 거치면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과 넓은 안목을 축적했다”며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며 최고법원으로서 본연의 헌법적 사명을 다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경기 시흥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4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대검 범죄정보관리과장, 사법연수원 교수, 대검 공판송무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낸 뒤 2009년 퇴임했다. 이후 법무법인 충정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2012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작년부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일했다.
박 후보자는 검사 시절 약자 보호와 부정부패 척결에 원칙론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호텔종업원들을 부당해고하고 노동위원회의 복직명령을 거부한 사업주를 구속하고, 세무공무원들의 비리를 다수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교수·학술단체는 지난 20일 박 후보자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비리 사학을 옹호한 전력이 있다며 대법관 제청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박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받아들이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면 6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박 후보자는 이날 “막중한 책무를 지는 대법관에 제청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청문회와 국회 동의 절차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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