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화요집회 이끄는 할더르씨 3년째 1월마다 방한 수요집회 참가
“매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과 이야기는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네덜란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도와 20년째 네덜란드 ‘화요집회’를 이끌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가 21일 위안부 문제 해결의 국제적 공조와 연대를 위해 한국의 ‘수요집회’를 찾았다. 주인공은 ‘일본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재단’의 브리짓 할더르(사진) 국제문제 담당관. 2013년 1월 수요집회를 처음 방문한 그는 매년 1월마다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나고 있다.
이날 서울 안국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162회 수요집회에 참석한 할더르 담당관은 네덜란드 집회에서처럼 위안부 피해자의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 장갑을 착용하고 나왔다. 첫번째 연사로 나선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자행한 비인간적 행위를 전 세계가 기억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위안부 문제가 잊히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교육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시민 연대를 강조했다.
할더르 담당관은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용수(87) 김복동(90) 길원옥(88) 할머니를 찾아가 일일이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그동안 일본 대만 등에서 열린 위안부 국제회의에서 자주 만나 친밀한 사이였다. “할머니들과 말은 안 통하지만 집회에서 미소 짓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강인한 여성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매주 빼놓지 않고 집회에 참여해 일본 정부를 향해 피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입니다.”
할더르 담당관은 네덜란드의 화요집회와 달리 수요집회의 밝은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광영여고, 대전외국어고 등에서 온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그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어린 친구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놀랐다”며 “젊은 세대의 관심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할더르는 ‘Her story is History(그녀의 이야기가 역사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한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문구가 마음에 든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할더르는 주한 일본대사관의 태도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네덜란드 화요집회의 경우 재단 집행부가 대사관에 들어가면 대사가 30분간 면담이라도 해준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수요집회의 외침에 보다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5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협의할 계획이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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