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토 부인에 20억엔 요구 메일...日 정부, 인질 2명 신상 공식 확인
IS홍보담당자 몸값 협상 촉구...1977년 적군파와 타협 전력 아는듯
지난해 3월 이후 미국과 유럽의 인질 여러 명이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살해당했지만, 인질로 붙잡혔다고 반드시 죽임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생사는 IS가 요구한 몸값을 내느냐 내지 않느냐에 따라 엇갈렸다. 일본인 인질 두 명의 생명은 이틀도 남지 않은 시한 동안 일본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사실상 달렸다고 볼 수 있다.
IS “일본 정부 몸값 지불할 것”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리아에서 실종된 뒤 20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IS 인질로 확인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의 부인 휴대전화에 지난해 11월 20억엔을 요구하는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주소는 IS가 다른 인질사건에 사용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토는 지난해 8월 IS에 억류됐고 이번에 같이 동영상에서 살해 위협을 당한 유카와 하루나를 찾기 위해 시리아에 입국한 정황도 확인됐다. 고토는 지난 해 10월 시리아 입국전 촬영한 동영상에서 “대단히 위험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책임은 내게 있다.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고토가 위험을 각오하고 현지에 들어간 이후 IS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연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NHK는 이날 자사와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은 IS 홍보담당이 협박 동영상 공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담당자는 인질 석방 대가로 2억달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IS는 하루에 이 보다 많은 돈을 쓴다”며 “경제적인 싸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싸움”이라고 주장했다고 NHK는 전했다. 그러면서도 “당신들의 정부는 반드시 몸값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하며 협상을 요구했다.
관방장관 몸값 협상 질문에 "..."
이 발언을 두고 일본이 과거 테러리스트 인질극에 몸값을 지불한 사례를 IS가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1977년 일본 적군파들이 일본항공 비행기를 납치해 승객들을 인질로 잡고 동료의 석방을 요구한 다카사건 당시 적군파 동료 6명을 석방하고 600만달러를 전달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인명의 무게는 지구보다 무겁다”고 말해, 과격파 조직에 자금을 대줬다는 국제적 비난을 감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우리의 지원은 중동인의 민생 향상을 위한 것으로 이슬람 교도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IS에 자제를 요구하면서 몸값 관련 협상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질상 대답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구출작전을 했으면 했지 테러집단과 몸값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몸값 지불을 위해 모금하는 인질 가족까지 처벌하려 드는 미국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스가 장관은 “정부는 20일 오후 2시50분께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IS의 몸값 요구시한인 72시간을 23일 오후까지로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몸값 美英은 거부ㆍ유럽은 지불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IS에 살해 당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같은 감옥에 억류됐던 외국인 인질(12개국 23명)의 생존을 추적한 결과, 폴리가 붙잡힌 2012년 11월 이후 약 2년간 거액의 몸값을 낸 대다수 유럽계 인질은 풀려났지만 몸값 지불을 거부하는 미국이나 영국 인질은 처형됐거나 계속 억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질 가운데 영국과 미국 출신은 7명(미국 4명, 영국 3명)이었고 그 중 5명이 처형됐고 2명은 붙잡혀 있다. 나머지 16명 중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페루 구호요원을 제외한 15명은 프랑스(4명) 스페인(3명) 덴마크(2명) 독일(1명) 스위스(1명) 스웨덴(1명) 벨기에(1명) 이탈리아(1명) 러시아(1명) 등으로 지난해 3월 처형된 러시아 기술자를 빼고는 모두 지난해 초 몸값을 내고 풀려났다. 인질은 대다수가 언론인(11명)이나 구호요원(10명)이었고, 이들이 붙잡히거나 납치된 곳은 주로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북부, 서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이후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그 연계조직에 지불한 몸값은 국가별로 프랑스 5,810만달러(630억원) 스위스 1,240만달러(134억원) 스페인 1,100만달러(120억원) 등이며 “알카에다 등의 몸값 수입이 최소 1억2,5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인질 몸값을 대리인 네트워크를 통해 냈으며 개발원조 형태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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