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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겉도는 공직개혁, 요지부동 관료주의

입력
2015.01.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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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폭력에 시설폐쇄가 대책?

권한만 있는 무책임 탁상행정 되풀이

공직 개혁하려면 신상필벌 강화해야

공직개혁 아무리 떠들어 봐야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밖에 더 되겠나, 하는 느낌이 든다. 냉소는 독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요란하게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새삼 밀려드는 허탈감을 피하기 어렵다.

복지부 대책들은 들끓는 여론에 부응하듯 단호하고 강력해 보인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원장과 교사를 영구퇴출하고, 어린이집도 아예 폐쇄해 버린다고 했다.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육교사 자질 향상을 위해 국가고시제를 추진한다는 청사진까지 나왔다. 학부모들은 언제든지 CCTV 녹화영상을 볼 수 있게 할 것이고, 급식 시설 차량 등에 인증제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빼지 않았다.

충격적인 어린이 폭행에 몸서리를 쳤던 적잖은 이들이 ‘퇴출’ ‘영구폐쇄’ ‘인증’ ‘의무화’ 같은 단어들의 강력한 어감에 후련했을지 모른다. 복지부 관료들 또한 빗발치는 카메라 플레시의 긴장감 속에서 대책을 발표하며 부조리를 바로잡는 뭔가를 신속하게 해내고 있다는 일종의 충일감 같은 것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어긋났다는 게 금방 드러났다.

당장 피해 당사자인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 쪽에서부터 볼멘소리가 나왔다. 어쨌든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걸 전제로 일과 가정사를 꾸려왔던 그들은 “무턱대고 폐쇄부터 하면 당장 애들은 어디에 맡기라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열악한 여건에서 열심히 일해왔다. 처우개선은 고사하고 이젠 국가고시까지 봐야 한다는 거냐”는 교사들의 불만부터 “우범집단도 아니고 어떻게 매번 CCTV 녹화영상을 보여주라는 거냐”는 원장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모든 불만과 성토가 정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반응엔 국민 편익은 아랑곳 않고, 책임은 다른 쪽에 돌리는 복지부의 고질적 관료주의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 복지부의 대책엔 상황을 방치한 관리ㆍ감독 책임에 대한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다.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더 자주 현장에 나가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대국민 서비스 개선은 없고, 그저 엄단과 새로운 규제만을 대책이라고 쏟아낸 셈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머금고 공직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공직사회의 직무유기, 복지부동, 무사안일 같은 고질화한 관료주의가 참사를 빚었다는 반성이 작용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교육부는 교육과정조차 무시하고 일단 체험학습ㆍ수학여행 일체 중지 조치부터 내려 수많은 수련원 사업자들과 지역경제를 곤란에 빠뜨리고, 학생들로부터는 소중한 추억을 앗아갔다.

요즘 공직개혁은 공무원연금과 인사제도 개선만 되면 다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 됐다. 그마저도 정부와 여당은 행여 공무원 표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야당은 어부지리라도 챙길까 싶어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청소년시설부터 어린이집까지 인증평가가 주먹구구식이어도 개선은 시늉뿐이고, 사관(史觀)은 고사하고 사실조차 엉터리인 교과서가 숱하고 수능시험문제가 틀려도 관료사회는 여전히 무풍지대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엄밀히 말해 공직개혁이 아니다. 재정개혁이거나,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다. 정홍원 총리는 부정부패 척결을 화두로 내세웠지만, 그 역시 당연한 비리척결이지 개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최근 인사혁신처의 인상적인 시도들이 주목되지만 그것도 공직개혁의 일부분일 뿐이다. 만연한 관료주의를 타파할 실질적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 이래 국가적 아젠다로 부상한 공직개혁은 그 동안 소리만 요란했을 뿐이다.

공직개혁은 구호일뿐, 변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을 절감한다. 따라서 타성의 늪에 빠진 관료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백 번의 구호보다 당장 잘못된 정책과 시정의 책임부터 좀 더 엄정하게 묻는 신상필벌 체제부터 하나하나 가다듬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그 일을 주도하는 게 어려운 만큼,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공직개혁의 견인차로 나서야 할 책임은 정치권과 국회에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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