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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솔거미술관, '이우환미술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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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솔거미술관, '이우환미술관' 판박이

입력
2015.01.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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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기증 조건 ‘박대성 미술관’… 지역 화가 반발에 ‘솔거 미술관’

경주시의 어설픈 행정으로 혈세 50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지어놓고도 개관조차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명 한국화가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미술관을 지어주면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구두약속에 따라 사업이 추진됐지만, 경주시가 지역 예술인들의 반발을 이유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결국 사단을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국비 10억원과 경주시비 20억원, 경북도비 20억원 총 50억원을 들여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에 지난해 11월 ‘솔거미술관’을 준공했으나 공간사용과 명칭을 둘러싼 갈등으로 박대성 화백이 작품기증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3월로 예정한 개관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 미술관은 박 화백이 2008년 자신의 작품 670점을 기증하고 명칭을 ‘박대성 미술관’으로 하자는 제안에 따라 시작했지만 지역 예술인들이 반발하자 ‘솔거 미술관’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그 동안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던 박 화백은 결국 지난 13일 경주시에 ‘박대성 미술관’으로 명칭을 환원하지 않으면 작품기증 및 운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더 큰 문제는 경주시가 처음 사업 추진 당시 박 화백과 작품기증과 관련한 것은 구두약속뿐으로, 양해각서나 구속력 있는 서약서가 없어 이제 와서 작품기증을 강제할 수도 없다느ㄴ 데 있다. 박 화백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경주시의회 박귀룡 의원은 “이번 사태는 당초 박대성 화백이 670점의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시작한 ‘박대성 미술관’을 도중에 지역 미술단체의 항의로 다시 ‘솔거 미술관’으로 바꾸는 등 경주시의 무원칙 한 행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당초의 작품 인수 시한인 이달 말까지 기다려보고 박 화백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경북도와 함께 박 화백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화백은 기증철회 의사를 밝힌 뒤 언론은 물론 경주시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솔거 미술관은 소장 작품 하나 없는 무늬만 미술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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