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100년사'...첫 판사 시험 합격자로 소개
대한광복회 총사령 지낸 울산출신...독립운동가 재조명
일제 강점기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울산 출신 고헌(固軒) 박상진(1884~1921ㆍ사진) 의사가 독립운동가로는 대한민국 최초의 법조인이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울산지법은 지난달 12일 신청사 개청에 맞춰 지역 법원 역사를 정리하면서 박 의사가 법원 역사서인 ‘부산지방법원 100년사’에 대한민국 최초 법조인으로 소개된 내용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부산지방법원 100년사’는 1996년 1월 20일 개원 100주년(1896년 1월 부산재판소로 출범)을 계기로 부산지법이 이듬해인 1997년 2월 15일 펴낸 법원 역사 책으로, 당시 울산지법은 부산지법 산하 지원이었으며, 박 의사에 대한 기록은 울산지원 소개 부분에 수록돼 있다.
총 855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인 조선조 말 근대화 시기부터 일제 강점기, 광복과 미군정 시대, 제1~5공화국, 6공화국 이후 등 6구간으로 나눈 시대별 법원 제도 등이 담겨 있다.
박 의사에 대한 내용은 이 책 제1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제3장 ‘일제강점기’ 내용 중 제5항의 ‘우리 고장의 역사 속 법조인 고헌 박상진’ 부분에 들어 있다.
책에는 ‘박 의사가 1884년 12월 7일 울산시 송정동에서 출생했고 어려서 신동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재주가 뛰어났으며 심성이 착하고 강직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어 ‘1905년 양정의숙에 입교해 법률, 경제, 국제법 등의 신학문을 수학했고 학문에 정진하면서도 항상 나라를 걱정해 의병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다’고 적혔다.
특히 ‘고헌 박상진 의사는 경술년 봄 한국에서 첫 번째로 실시한 판사시험에 합격해 평양재판소 판사로 발령이 났으나 그는 판사로서의 취임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책은 ‘그는 당시의 재판이 일본인에 의해 독단적으로 행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판사라는 직무를 통해서 보다는 무장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더 득이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또 박 의사의 독립운동과 관련, ‘그는 1913년 조선국권회복단 중앙본부를 결성했으며 1915년 7월 15일을 기해 대한광복협회(뒤에 광복단으로 명칭을 바꿈)를 결성하고 총사령으로 취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광복회는 비밀사수, 폭동, 암살, 명령 절대엄수의 4대 강령에 나타나듯 힘을 바탕으로 한 독립운동을 추진했다’며 ‘일제가 불법 징수한 세금을 탈취해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으며, 친일분자의 색출과 암살을 수행했다’고 당시 독립운동 활약상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책은 또 박 의사는 1917년 4월 26일 체포돼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아 복역했고, 그 해 12월 20일 광복회 조직이 발각돼 다시 체포된 뒤 1919년 공주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며, 1921년 8월 11일에 사형이 집행돼 순국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책을 집필한 부산지법 판사들은 “고헌은 38년의 길지 않은 인생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판사 직을 버리고 독립투사로서의 가시밭길을 택했다”며 박 의사의 애국정신을 평가했다.
한편 울산에는 현재 북구 송정동 355 일대의 박 의사 생가가 복원돼 시지정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으며, 1978년 ‘(사)고헌 박상진 의사 추모사업회’(회장 박대동)가 결성돼 박 의사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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