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중재 연방제 헌법에 불만...하디 대통령은 무사 전해져
미국 對알카에다 작전 차질 빚을 듯
예멘의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 후티가 20일 쿠데타에 준하는 정변을 일으켜 예멘 정국이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예멘 정부를 동원한 미국의 대테러작전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병사들은 이날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압드라부 만수리 하디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관저를 공격한 데 이어 21일엔 예멘 최대 미사일 기지와 군사항공학교를 장악했다. 후티 지도자 압델 말렉 알 후티는 자체 TV방송을 통해 “하디의 집권이 부패 확산을 조장했다”며 “하디가 유엔이 중재한 평화안을 시급히 보완하지 않으며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의 간부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는 로이터통신에 “하디 대통령은 현재 사저에 있고 신변에 문제가 없다”며 “외출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은 후티가 하디 대통령을 사저에 ‘포로’로 잡고 있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라고 대통령 측근 2명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북부를 근거지로 한 후티는 2012년 유엔 중재로 만들어진 민주 정권 수립안에 불만을 품고 하디 정부를 무력으로 압박해왔다. 지난해 9월 사나 일부를 점령하는 등 예멘 도시 몇 곳을 지배하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후티는 연방제를 근간으로 한 새 헌법안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 정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예멘의 정정 불안은 역설적이게도 ‘아랍의 봄’에서 비롯됐다. 34년 동안 예멘을 철권 통치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012년 2월 민주화 시위로 물러나고 하디 과도정부가 들어섰을 때까지도 순조로운 정권이양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업률 30%의 열악한 경제와 지지부진한 민주화가 발목을 잡았고, 지난해 후티가 사나를 점령하면서 북부 시아파와 중남부 수니파 사이 잠복해 있던 갈등까지 터져 나왔다.
후티의 득세와 예멘의 정정 불안은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하디 정부와 손잡고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공격에 힘을 쏟아왔다. 미 정부가 가장 위험한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중 하나로 꼽는 AQAP는 예멘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들도 예멘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등 AQAP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예멘 정부와 협업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멘을 모범사례로 들어 현지 정부와 공동작전을 통해 미 지상군을 동원하지 않고도 테러집단을 충분히 퇴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애덤 시프(민주당) 의원은 “예멘의 상황이 대테러 전략을 망가뜨렸다”며 “알카에다에 새로운 큰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후티가 정권을 잡아 정정이 안정돼도 미국 입장은 난처하다. 반미 성향이 강한 후티는 대표적인 시아파 국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수니파 국가들과 갈등 관계이다. 수니파인 AQAP를 통제하기 위해 후티와 손을 잡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사우디와 관계가 멀어질 수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내 후티의 군사행동을 비판하고 “하디 정부가 합법적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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