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0개 조직 적발
‘차량에 여러 사람을 태워 고의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왕창 받아내려는 사기꾼들이 있지 않을까?’ 이런 가정 아래 최근 3년 간(2012~2014년) 3인 이상 탑승 차량이 낸 교통사고의 보험금 지급내역 15만 건을 분석한 금융감독원 손해보험조사팀은 결과에 두 번 놀랐다.
우선 사기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수십명씩 가담해 많게는 55차례에 이르는 빈번한 사고를 일으킨 보험사기 조직이 10곳, 이들이 저지른 사고가 316건에 달했다. 주범 10명과 적극 가담자 41명이 받아낸 보험료만 해도 18억8,000만원이었다.
더욱 의외였던 것은 단순가담자까지 치면 300명에 이르는 혐의자 대부분이 20대라는 점이었다. 김동하 팀장은 “가담자를 모집하고 차량 운전, 보험금 합의 등을 주도한 주범들을 비롯, 사기 가담자 대부분이 무직이거나 배달원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년층이 손쉬운 돈벌이를 위해 ‘생계형 보험사기’에 빠져드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1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주로 렌터카를 빌려 3~4명씩 타고 고의사고를 냈다. 차량 수리비, 보험 할증료 등 사기에 따르는 ‘비용’을 모두 렌터카 업체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 과실 사고라도 탑승자는 손해액 전액을 보상받는 만큼 앞차를 일부러 들이받은 뒤, 단체 입원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피해자가 여럿이다 보니 보험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금을 빨리 물어줘야만 했다. 하루 7만~8만원의 차량 대여료로 사고 한 건당 평균 263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내는, 조사팀 표현을 빌리자면 ‘저비용 고수익 사업’이었던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조직적 상습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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