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기자 꿈 뒷바라지 20년 "조만간 TV서 다시 봬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기자 꿈 뒷바라지 20년 "조만간 TV서 다시 봬요"

입력
2015.01.20 20:00
0 0

조연배우 경험 살려 극단 창단

형편 어렵지만 끼 있는 청소년들과 자살 예방 등 다른 무료 공연 이어 가

19일 서울 마포구의 연습실에서 이상철 극단 ‘버섯’ 대표가 내달 무대에 올릴 자살예방을 소재로 한 작품 ‘병실에 불을 켜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학과 3)
19일 서울 마포구의 연습실에서 이상철 극단 ‘버섯’ 대표가 내달 무대에 올릴 자살예방을 소재로 한 작품 ‘병실에 불을 켜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학과 3)

19일 서울 마포구 극단 ‘버섯’ 연습실에서 만난 이상철(53) 극단 대표는 “한 편의 연극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대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끼’는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연기공부를 할 수 없는 청소년들과 함께 1996년 사회환원극단 버섯을 창단, 20년째 무료 공연을 해 오고 있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버섯을 거쳐간 청소년 배우들만 97명에 달하고 관람객은 10만명을 훌쩍 넘는다. 다음달 3, 4일 제주 설문대 여성문화센터 공연을 앞두고 구슬 땀을 흘리고 있는 이 대표는 1977년 KBS 방송대상 아역상을 타면서 얼굴을 알린 개성파 조연배우이기도 하다. 극단 이름 ‘버섯’에는 “지금은 비록 습하고 어두운 곳에 있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성장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95년 서울 마포구의 동사무소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만 해도 얼굴이 너무 알려져 있어 훈련을 받기 불편했다. 그래서 중대본부장에게 “훈련 대신 봉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본부장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2명이 연기공부를 할 수 있게 지도해 달라”고 제안했다. “물질적 지원 보다는 꿈을 지원해 주자”는 생각에 연기를 가르쳤는데, 두 학생 모두 연기 관련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냈고 주변에 소문이 나면서 지원자가 속출했다.

이 대표는 “혹 중간에 그만 두거나 연기와 상관없는 길을 걷는 친구들도 있지만, 자칫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방황기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후원 물품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가야 했고 심지어 인근 대형마크에서 몰래 음식을 ‘서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요즘엔 도와주는 기업과 사람들이 많았지만 당시엔 먹고 살 용돈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그때 진 빚을 갚기 위해 더 열심히 연습한다”고 했다.

2000년대 초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 대표는 생명 존중 연극 시나리오를 집필, ‘이렇게 생각한다면’(2003년)을 시작으로 ‘병실에 불을 켜라’(2006년) ‘놀이터에 불을 켜라’(2010년) 등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교육 효과도 있어 지금도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순회 공연 중이며 국회에서도 시연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버섯 인터넷 카페에는 “얼마 전 (자살을 생각하며)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이번 연극을 보고 많이 울었다” “고3이라 힘든데, 연극 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등의 감상평이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는 “연극 한 편이 자살심리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극단적인 행동을 잠시나마 멈추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9월 무대에 올릴 신작 ‘스테이션’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또 서울에 조그맣게나마 자살 예방 공연을 위한 전용 소극장을 마련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TV 방송극에 다시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버섯 출연자들도 방송이나 영화계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며 “그들의 길라잡이, 혹은 롤 모델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