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나노소재 분야 권위자
이진규 서울대 화학부 교수
LG화학 연구위원으로 자리 옮겨
“신소재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게 제공하는 ‘보급부대’에서 벗어나 최전선 ‘전투부대’에서 제대로 된 전쟁을 해보고 싶어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국내 무기(無機) 나노소재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인 이진규(52)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20일 종신 교수 자리를 박차고 LG화학 수석연구위원(전무)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유다.
이 교수의 이직이 발표된 이날 서울대와 재계가 술렁였다. 유능한 교수를 놓친 서울대 관계자는 “50대 초반이면 연구 성과나 후진 양성에 있어 절정인 시기인데 허망하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디자인 등 실용분야 교수들이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기초과학 전공 교수의 기업 연구소행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 성향을 잘 아는 지인들은 나다운 선택이라고 격려해줬다”며 “다음주 대전으로 이사 갈 준비로 분주하다”며 담담해 했다. 이 교수는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리처드 슈록 교수의 지도 아래 무기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부터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106건의 학술 논문 발표와 100건 넘는 특허 출원 등 수많은 연구성과를 쌓아왔다.
이 교수는 “평소 대기업 연구진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대학이 개발한 기술들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궁극적으로 어떤 제품이 나오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며 “대학은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평소 이 교수는 제자들에게 “교수 자리에만 연연하지 말고 기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해 왔다.
이 교수는 다음달부터 LG화학 중앙연구소 무기 나노소재 기반기술 연구책임자로서 신개념 전지소재와 유ㆍ무기 하이브리드 복합체 등 무기 소재 분야의 신규 과제 발굴에 나선다.
이 교수는 2013년 여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안식년 동안 해외 체류 대신 대전 LG화학 연구소에서 자문위원으로 있었다. 그는 “디스플레이나 전자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의 기술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고 벨기에 솔베이, 독일 바스프ㆍ머크 같은 글로벌 화학 기업들도 국내 대기업과 협력 연구를 위해 한국에 연구소를 차릴 정도인데 굳이 해외에 나갈 필요가 없다”며 “안식년 동안 1주일에 2,3일을 대전에서 지내며 기술들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이 곳이 내가 원하던 일터임을 직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교수는 “내 이직이 앞으로 학계와 산업계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단초가 됐으면 한다”며 “특히 기초과학 분야 연구인력들이 기업 연구소에 활발히 진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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