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대형마트 생기며 손님 줄자
마포구, 시장 매력 살리려 매니저 도입
맞춤형 교육·판촉 행사로 효과 톡톡
“연예인만 매니저가 필요한가요. 전통시장도 매력을 불어넣고 관리해줄 매니저가 필요하답니다.”
서울의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하나인 아현시장은 1930년대 초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굴레방다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좌판들이 1960년대 아현천변 공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 모습을 갖췄다. 전형적인 주거지역 인근에 이렇다 할 시장은 없는 주변환경 덕에 아현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활황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재개발로 3만 세대에 이르던 다세대 주택들이 떠나면서, 2000년대 초반 230여 개였던 점포는 지난해 150여 개로 30% 이상 점포 수가 줄었다.
떠나가는 손님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상인들은 지난해부터 시장 전역에 비가림막 설치와 바닥포장 등 시설현대화 사업에 힘썼다. 특히 친절교육 등 경영현대화에도 눈을 돌려 서비스 수준 향상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전통시장 매니저가 있다.
박태진(36)씨는 지난해 아현시장 매니저로 활동했다. 마포구가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전통시장 매니저로 뽑힌 그는 아현시장에서 상인 맞춤교육 ‘주경야독 프로젝트’와 대형마트 휴무일에 진행하는 판촉행사 ‘전통시장 가는 날’사업 등을 진행했다.
“한 가게가 점포 앞 길가에 자신들의 물건을 내놓으면 다음날 맞은편 점포도 경쟁하듯 내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8m인 시장 주 통로의 양쪽 상점간 간격이 2m로 줄어든 곳도 있었어요. 매출증대 효과는커녕 통로가 좁아져 구매환경만 더 나빠진다고 교육해도 처음에는 ‘상대가 빼면 나도 빼겠다’며 점주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죠. 노력 끝에 소방도로 기준(4m)까지 점포들 물건을 뒤로 물리는데 성공했을 때가 점포간 상생 사례로 가장 기억에 남네요.”
박씨는 주경야독 프로젝트를 통해 점포 앞 상품진열 자제 등 점포별 맞춤교육과 함께 친절교육과 회계교육 등 시장상인들의 서비스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도 진행했다. 교육이 끝나던 지난해 말에는 영원히 입에 붙지 않을 것 같던 ‘고객님’이란 말이 점주들 입에서 술술 나왔다.
대형마트 휴일인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점포별로 상품을 할인해주는 ‘전통시장 가는 날’행사는 인근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아현시장을 홍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행사 기획 당시 ‘효과가 있겠냐’는 반응을 보이던 점주들이 마을버스 광고와 신문전단 등을 보고 시장을 찾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모습에 기뻐하자, 덩달아 신이 났다고 박씨는 회상했다.
매니저 효과를 경험한 마포구는 올해 규모를 확대해 3명의 전통시장 매니저를 선발한다. 아현시장과 망원시장, 도화동 상점가에서 활동할 이들은 다음달부터 11월까지 각 시장에서 본격 활동하게 된다.
박씨는 “현실적으로 모든 점주들에게 교육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중에 자영업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급여를 받으며 일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며 전통시장 매니저 지원을 추천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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