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상장사 38곳과 간담회
"개인 투자자 늘어 주가에 긍정적"
"기업가치 하락…경영혼란 우려도"
참석 기업들은 미지근한 반응
지난달 증시에 상장한 제일모직은 상장 전 주당 5,000원짜리 주식을 100원짜리 50주로 분할했다. 액면분할로 발행주식총수는 270만주에서 1억3,500만주로 크게 늘어났다. 형성된 공모가가격은 5만3,000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이 나오면서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몰렸고, 이 회사 주가는 상장 9일 만에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수년 째 증시가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050)에 갇히면서 거래량이 급감하자 액면분할을 통해 증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액면분할은 기업이 주식을 발행할 때 정하는 액면가를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하는데, 액면분할을 하면 통상 주가가 저렴하게 형성돼 투자자가 늘어나고 거래량이 늘어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일모직의 액면가를 5,000원으로 환산하면 공모가가 265만원에 달해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액면가 500원 이하의 기업에 대한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은 평균 76.4%로 액면가가 5,000원인 기업(58.6%)에 비해 높았고, 지난 달 저액면가 기업의 주식회전율(1.1%)이 고액면가 기업(0.35%)보다 크게 높았다. 그만큼 거래가 활발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기업들의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하고 나섰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20일 삼성전자, 롯데제과, 아모레퍼시픽 등 고가주 상장사 38곳의 공시담당자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초고가주가 기업이미지를 대변한다는 식의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며 “삼성전자 한 주 가격이 낮다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라고 액면분할을 독려했다.
하지만 얼마나 호응을 해줄 지는 미지수다. 참석기업 중 3~5곳이 올해 액면분할 추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기업가치 하락, 소액주주 증가에 따른 경영혼란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주가가 낮아지면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소액주주들이 늘어나면 주주총회 참석인원이 증가하면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이날 간담회에서 “액면분할이 실질적으로 회사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지는 의문스럽다”고 했고,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액면분할로 당장 자금이 조달되는 건 아닐뿐더러 자칫 주주들에 피해를 끼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액면분할을 권장하기 위해 6월 도입하는 한국판 다우지수에 초고가주 편입을 제외하고 거래가 부진한 고가주를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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