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개헌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그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 문제를 연말까지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권력구조를 포함해 지방자치, 경제 제도 등을 손질해야 한다”며 “권력구조 변화는 차차기에 적용하고 사회ㆍ경제ㆍ문화(제도) 변화는 바로 적용하면 블랙홀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거듭 ‘경제 블랙홀’ 우려를 이유로 개헌논의에 강한 경계심을 표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당 친이계와 야당은 개헌논의에 한결 적극적 의욕을 표하고 있다.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 온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일찌감치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일하면 된다”는 상식론으로 일찌감치 박 대통령의 주장을 견제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을 의식해 보인 개헌논의 자제 자세도 무한정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당 내의 간헐적 개헌 주장에 덧붙여 야당의 개헌논의 주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논의 자체가 대정부 공세의 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개헌논의 공세는 잦아들 기미가 없다.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이 그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개헌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게 좋은 예다. 더욱이 이런 요구를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 여당 지도부의 개헌논의 자제는 한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15일 여야‘2+2 회담’합의사항에서도 쉬이 확인된다. 2월 임시국회 중에 정개특위를 구성키로 하면서도 선거구 조정과 함께 최대 정치개혁 과제인 개헌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합의에 머물렀다. ‘야당은 권력구조 개편 등을 위해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했고, 여당은 개헌 필요성 공감하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가 그것이다. 여당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추후 논의’를 고집한 배경은 뻔하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라는 표현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 블랙홀’ 주장을 거의 그대로 담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잇단 ‘경제 블랙홀’ 주장 자체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라는 환경도 그렇지만 단기간에 한국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날 전망도 흐리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개헌논의와 경제활력의 상충관계를 떠올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선거구 조정도 그렇지만 전국적 선거가 없어 여야의 정치적 이해타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올해가 적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상식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 여당 지도부도 적극성을 보여 늦어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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