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이 가시화하자 해당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농협은 농축산물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택배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 등 기존 택배업계는 농협이 단가인하 경쟁을 부추겨 업계가 공멸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농협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규모는 약 3조7천억원 수준이며, 이 중 농축산물 택배물량은 1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CJ·현대·한진·우체국 등 4대 택배업체의 취급물량은 71% 정도다.
◇ 농협 "농축산물 안전배송 실현" = 농협은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한 농축산물 판매가 증가하는 데다 농업인과 농민단체가 택배 안전성 확보를 요구해 택배업 진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면 도시에 비해 낙후한 농촌의 택배발전을 이끌 수 있고, 직거래를 통한 농업인의 농축산물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기존의 택배사가 부피가 크고 무거운 농축산물 택배를 기피해 농업인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데다 배달 과정에서 상품 손상으로 변상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촌지역의 택배단가는 5천∼7천500원 수준으로 평균가인 2천500원보다 높아 농가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농협은 2000년대 초반부터 택배사업 참여를 타진했으며, 2007년 대한통운, 2010년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해왔다.
농협은 농업인의 택배불편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기존 택배사를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택배사업을 시작하며 형태는 주식회사로 운영할 방침이다.
농협 관계자는 "기존 업체와 제휴를 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업체들이 농축산물 택배를 수익성이 낮다고 기피하고 있다"며 "신규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작아 관계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휴 방식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농협은 다만 기존 택배업계가 우려하는 가격인하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지역농협과 하나로마트에서 택배물량을 집하하는 것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에 대해선 "기존 대리점을 중심으로 집하와 배송이 이뤄지며 지역농협이나 하나로마트의 역할은 결정된 바 없어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 택배업계 "단가인하 경쟁으로 공멸 자명" = 택배업계는 '거대공룡'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택배단가가 하락해 기존 업체의 수익률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택배요금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면 인건비도 자연스레 낮아져 택배기사의 수수료가 떨어지고 이들의 근로여건도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우체국이 택배업에 진출한 2000년부터 기업간 경쟁으로 평균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3년 기준 시 평균단가는 2천480원으로 2천500원선이 붕괴됐다. 2000년대 초반 4천7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우체국의 손실규모도 악화해 2007년 577억원이었던 우체국택배의 손실액은 2010년 1천22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우체국의 주5일제 시행에 따라 농산물 직거래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농협의 주장에 대해 우체국의 전체 취급물량 중 농수축산물의 토요일 취급물량은 0.05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체 택배사의 취급물량 중에서는 0.006% 수준이다.
택배업계는 "0.006%를 메우기 위해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농산물 취급으로만 3년 안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택배시장을 혼탁하게 해 중소 택배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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