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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석학 에이브럼 놈 촘스키 매사추세스공대(MIT) 교수가 파리 주간지 테러에 대한 서방의 분노는 위선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촘스키는 19일 CNN 인터넷판 기고에서 “‘테러는 테러일 뿐이다’라는 말은 틀렸다”며 “단지 테러 그 자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위’와 ‘우리의 행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을 겨냥한 공격은 테러로 규정돼 비난 받지만, 비슷한 인명 피해를 낳은 서방에 의한 공격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촘스키는 최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1994년 4월 세르비아 ‘국영TV방송(RTS)’ 공격 사건을 비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은 당시 옛 유고연방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에 있는 RTS 본부를 폭탄 공격해 언론인 16명이 숨졌다.
촘스키는 RTS 폭격 이후에는 분노나 항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파리 테러 직후 확산한 “우리는 샤를리다” 연호나 반무슬림 정서와는 달리 RTS 폭격 후에는 “우리는 RTS다” 나 기독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케네스 베이컨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세르비아 방송은 군부처럼 밀로셰비치의 살인 도구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폭격은 정당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결국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민간인 희생자가 불행히도 많았지만, NATO 폭격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고 촘스키는 설명했다.
촘스키는 서방에서 무시된 공격 사례가 나토 폭격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04년 미군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거점인 팔루자를 공격하며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한 사건, 수명의 기자가 사망한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그리고 2009년 온두라스 쿠데타 이후 적어도 12명의 기자가 살해된 사건 등을 꼽았다.
촘스키는 “범죄에 대해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낄수록 범죄 종식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이들 사례는 (책임에)더 적은 관심을 둘수록 망각하거나 심지어 부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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