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쓸모 없는 땅 비싸게… 안동지역 기획부동산 기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쓸모 없는 땅 비싸게… 안동지역 기획부동산 기승

입력
2015.01.19 20:00
0 0

개발가능성 제로인데도 쪼개팔기… 분할등기도 안 돼 재산권 행사 제약

경북 안동 지역에 출처불명의 개발정보를 퍼뜨린 뒤 개발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땅을 매입가의 몇 배나 받고 되파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땅은 투자손실은 물론 분할등기가 되지 않아 재산권행사에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안동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 3년 전쯤부터 주로 외지에서 온 기획부동산업자들이 임야 등을 공동으로 매입한 뒤 개발정보를 퍼뜨리고, 다단계 방식으로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 매입가보다 몇 배나 비싸게 되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부지는 대부분 자연녹지에 임야인데다 험준한 지형으로 개발이 쉽지 않고, 분할등기가 되지 않아 재산권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로 안동시 송현동에서 옥동을 잇는 신도시 지역 임야가 공략 대상으로, 공공개발이 아니면 개발가능성이 거의 없다. 특히 송현동 산 120 일대는 돌산으로 공공개발도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안동시 송현동 561의 1 일대 6필지와 송현동 산 120 인근 4필지, 옥동1345의 1 등 수십만㎡가 이런 방법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민들은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는 땅이지만, 상당수 외지 투자자들이 다단계 방식 마케팅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신도청 이전에 따른 그럴듯한 개발계획을 흘리고, 심지어 개발계획도와 지번 분할도까지 걸어 두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3.3㎡에 20만원 내외에 구입한 땅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90만~100만원까지 팔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식으로 외지 기획부동산업자들이 챙긴 시세차익만 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땅은 안동시나 경북도의 개발계획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진입로조차 없는 ‘맹지’가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더욱이 안동시가 난개발과 부동산투기 등을 막기 위해 2013년 3월부터 1개 필지를 4개 필지까지만 분할할 수 있도록 했기 대문에 땅을 사더라도 개별적으로 등기를 할 수 없다. 매매나 단독개발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획부동산업자들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33㎥에서 많게는 1,000㎡까지 공동지분 등기 방식으로 매각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분할등기를 해 주겠다”며 임의로 가분할도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또 일부 업자들은 택지조성이 불가능한 임야에 창고 등을 지은 뒤 투자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야에서 대지는 어렵지만 창고를 짓기 위해 일단 산림을 훼손하고 나면 대지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는 울창한 송림 대신 시뻘건 절개지와 창고건물이 심심지 않게 보인다.

울산 지역 한 투자자는 “저금리로 고민하던 중 신도청 건설로 엄청난 개발이익이 예상된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퇴직금의 절반 이상을 투자했다”며 “현장을 확인해 보니 앞으로 몇 십 년 동안은 개발이 될 것 같지 않고, 분할등기도 되지 않으니 되팔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투자하기 이전에 반드시 현장을 둘러본 뒤 관할 관청에서 개발계획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을 조언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안동지회 관계자는 “지금 논란이 되는 땅은 일반인들에게는 투자가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토지의 형태, 위치, 용도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