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하고 2년여 만에 재개관… GS칼텍스-도로공사 첫 경기
조명 3000룩스로 두 배 높이고 좌석 팔걸이 부착 등 편의성 향상
장충체육관이 새 얼굴로 돌아왔다. 1963년 2월1일 개관한 장충체육관이 50여년만에 전면 리모델링을 끝내고 다시 팬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19일 리모델링 후 개관 첫 경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전과 함께다. 배구인들은 “한국 실내스포츠의 심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장충체육관의 옛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날 재개장 소식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GS칼텍스 선수로 뛰다가 최근 은퇴한 이숙자 KBSN 해설위원은 장충체육관에서 첫 해설을 하는 설렘을 드러냈다. 이 위원은 “장충체육관은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 손 잡고 배구 경기를 관람하던 곳인데다가, GS칼텍스 프로선수로도 뛰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중, 선수 다 해봤는데 오늘은 해설자로 체육관을 찾으니 종류별로 다 해보는 느낌”이라며 활짝 웃었다.
장충체육관은 홈팀 GS칼텍스에 더 없이 특별한 곳이다. 현재는 비록 IBK기업은행 소속이지만 외국인선수 데스티니 후커(28ㆍ미국)가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2009~10시즌 14연승을 기록했던 곳이다. 리모델링 3년 동안 철새처럼 연고지 ‘셋방살이’를 했던 선수들에게도 안방처럼 그리웠던 곳이기도 하다. 이선구(63) GS칼텍스 감독은 “장충체육관은 스포츠메카였다. 이렇게 잘 만들어준 서울시에 고맙다”면서도 “새 집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홈구장에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또 “서울 배구팬들에게 배구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 우리 팀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전 장충체육관은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이 위원은 “예전 체육관은 조명이 어두운데다가, 스카이 서브를 시도하려면 불빛에 공이 사라지기도 했다”며 “서브 적응하는 게 승패를 좌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 단장한 장충체육관은 기존 1,200룩스에 불과하던 조명을 3,000룩스로 두 배 이상 높였다.
장충체육관의 한쪽 벽면은 작은 역사박물관으로 꾸며졌다. 1968년 미스코리아선발대회, 1972년 제8대 대통령선거, 1996년 설날 천하장사 씨름대회 등 주요 행사 정보와 함께 흑백 텔레비전 속 경기 동영상을 함께 전시해, 한국 최초 실내체육관 장충체육관의 세월을 온전히 담았다.
원로 배구팬들도 경기 개막 수시간 전부터 백구의 요람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류영배(70)씨는“장충체육관은 대통령 선거도 하던 곳”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밖에서 보니 규모는 그대로인데 막상 체육관 안으로 들어와서 보니 깨끗하게 해놔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안춘식(78)씨는 “옛날에는 배구, 농구, 권투, 씨름을 모두 볼 수 있었던 곳”이라며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모두 잘 아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충체육관은 과거 원형이던 체육관 내부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바뀌어 배구 경기를 하기에 더욱 적합해졌다. 경기장 바닥 길이도 36m에서 47m로 길어져 배구뿐 아니라 모든 실내 구기 종목 경기를 열 수 있게 됐다.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이던 건물은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커졌다.
지하 2층에는 보조 경기장이 들어서 선수들이 연습하거나 몸을 풀 수 있게 됐다.
관람석은 총 4,658석에서 4,507석로 줄었다. 대신 의자 면적을 넓히고 팔걸이를 부착해 관중이 더욱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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