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통화내역으로 동선 설명 '7시간 미스터리' 배후설 반박
가토 측 변호인 "행적 번복" 추궁에 "기억 안 나 위치추적 요구" 받아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출석한 정윤회(60)씨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당일 자신의 동선과 통화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접촉한 적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과 함께 불거진 비선실세 의혹 등에 대해서도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동근) 심리로 열린 가토 다쓰야(加藤達也ㆍ49) 전 지국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씨는 “2007년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직을 그만 둔 후 (박 대통령과) 어떤 연락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씨는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던 지난해 4월 15일부터 17일까지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토대로 참사 당일 동선을 일일이 설명했다. 이날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10시 30분 직접 차를 몰고 강남구 신사동 자택을 나선 정씨는 한학자이자 역술가로 알려진 이세민씨의 평창동 자택에 오전 11시 도착했다. 이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쯤 이씨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후배와 20여분간 통화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6시쯤에는 예전 직장 동료 두 명과 함께 신사동 모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밤 10시쯤 집으로 돌아왔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박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7시간 동안 행적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정씨와 접촉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작성한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정씨가 제출한 통화 내역에는 당일 총 4차례의 발신 내역이 있었다. 정씨에 따르면 사회 생활을 하며 알게 된 후배와 2통, 전처의 건물 관리부장과 차량 문제로 1통, 저녁 모임에서 만나기로 했던 예전 직장 선배와 1통 등이다. 정씨는 “다른 번호의 전화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인 측은 “정씨가 지난해 8월 15일 처음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을 때는 4월 16일 오전에 집에 있었다고 했지만 이후 검찰의 연락을 받고 평창동에 갔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며 경위를 추궁했다. 이에 정씨는 “당시 언론에 난 기사 등으로 집에서 잘 나가지 않았는데 그 때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단정적으로 집에 있었다고 한 것이 아니라 ‘확실히 기억이 안 나는 만큼 내 통화기록을 토대로 위치추적을 통해 정확히 밝혀달라’고 검찰에 요구한 것”이라고 받아 쳤다. 변호인 측은 또 “당시 이씨는 정씨가 통화를 하고 난 후 집을 나섰다고 했지만 정씨는 집을 나온 후 전화를 했다고 해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보통 사람이 앞에 있을 때는 전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집을 나와 차 안에서 전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2013년 12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이씨와 연락을 하며 지내던 중 ‘박지만 미행설’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듬해 3월부터 매월 1,2회 이씨의 집을 방문해 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후 이씨와 많게는 하루 1,2회 통화를 하면서 “이씨가 ‘기사가 나서 많이 힘들겠다. 그래도 힘내라.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위로를 주로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문건 파문으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이 적극 부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비선으로 활동하며 국정에 개입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런 적 없다”고 일축했다. 정씨는 최태민 전 목사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볼 때 최 목사의 나이가 있는데 (이성 관계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찍 돌아가신 데다가 최 목사로부터 그런 대화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제 사생활에 다 답변할 필요는 없겠지만 (2011년) 별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혼 전 자신의 가정사를 밝히기도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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