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초췌한 얼굴 발언 기회 주자 "없습니다"
변호인 "실제보다 과장"... 조양호 회장 증인 채택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첫 공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19일 열렸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 시작 시간인 오후 2시30분이 되자 밝은 녹색 수의를 입고 제303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얼굴을 한 조 전 부사장은 검찰이 공소장을 읽어 내려간 20여분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변호인 진술이 끝나고 재판부가 “할 말 있으면 해도 된다”며 발언 기회를 줬지만 “없습니다”는 짧은 대답 외에 재판 내내 굳게 입을 닫았다. 함께 구속기소된 대한항공 여모(57) 객실담당 상무와 국토교통부 김모(54) 조사관이 변호인과 함께 공소장을 들여다 보고 이따금 방청석을 둘러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재판에는 내외신 기자 60여명을 포함, 110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재판 4시간 전부터 몰려 들었다. 이 때문에 법원 관계자가 방청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형사12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과 사무장, 승무원, 기장 등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기억과 다소 다르거나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가장 적극 부인한 혐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다. 조 전 부사장의 혐의 중 가장 무거운 것으로, 유죄로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조 전 부사장은 이외에 형법상 강요죄 및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도 기소됐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항로’의 정의를 확대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항로는 공로(空路ㆍ하늘길)를 의미하는데 지상로인 활주로까지 포함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국토부조차 피고인에 대한 검찰 고발장에서 활주로는 항로로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며 “항로에 대해선 어느 규정에도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어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선 푸시백(push backㆍ토잉카를 이용한 후진) 후 유도로까지 약 240ｍ를 이동해야 한다”며 “당시 미국 JFK공항 폐쇄회로(CC)TV를 보면, 항공기는 푸쉬백 후 약 17초간 17m 가량만 움직였다. 이는 전체 이동거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직권으로 조 전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호(66) 한진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보복 없이) 대한항공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증인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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