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 눈 뜬 영국
‘축구 불모지’미국을 비웃던 영국이 미국프로농구(NBA)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농구 강국’미국은 반대로 영국의 프리미어리거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한국시간) ‘길거리 유행에 불과한 농구가 영국 제2의 스포츠가 되기 위해 연료를 주입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영국을 달군 농구 열기에 대해 분석했다.
그 동안 농구를 거의 찬밥 취급했던 영국인들은 16일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린 NBA 뉴욕 닉스와 밀워키 벅스의 경기에서 ‘숨겨 놓은’열정을 보여줬다. NBA의 글로벌 게임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경기는 영국 스포츠 경기 사상 가장 빠른 매진을 기록했다. O2아레나의 2만석이 한 시간도 안돼서 바닥난 것이다. 관중이 보여준 열기는 아주 낮은 시청률과 관중 동원으로 고심하고 있는 영국 농구 리그에 한 줄기 희망을 선사했다.
영국에서도 농구 부흥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90년대 방송에서 영국 농구를 중계하거나, NBA 경기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 럭비, 크리켓에 심취한 나라에서 청소년들의 길거리 스포츠로 여겨지는 농구가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국 농구를 살리겠다는 움직임이 꽤나 진지하다. 영국의 풀뿌리 스포츠 관련 기관 ‘스포트 잉글랜드’(전 잉글랜드 스포츠 협회)는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과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메달을 위해 영국 농구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900만파운드(14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런던 한복판에서 벌어진 NBA 잔치에서도 아담 실버 NBA 총재가 직접 “유럽에 NBA 연고 팀을 창단할 수 있다”라며 “농구가 영국 제2의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푸대접을 면치 못하던 축구의 인기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리버풀의 ‘원팀맨’ 스티븐 제라드(35)의 LA 갤럭시행이 단적인 예다. 이미 데이비드 베컴(40ㆍ영국), 티에리 앙리(38ㆍ프랑스) 등 유럽의 축구 거물들이 미국의 프로축구리그(MLS)를 거쳐가면서 리그 인지도도 향상됐다. MLS의 관중과 중계권료 역시 점점 상승하고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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