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이 세계 유명 미인대회 미스유니버스에서까지 불거졌다. 미의 전령사를 통해 인도주의를 실현한다는 미스유니버스의 대회이념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19일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제63회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미스 이스라엘과 미스 레바논이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갈등은 미스 이스라엘 마론 마탈론이 지난 11일 미스 레바논 살리 그레이지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면서 적국 출신의 미녀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그레이지에게 아랍권의 비난이 쇄도했다. 그레이지의 미스 레바논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격렬한 반응까지 나왔다.
사태가 커지자 그레이지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을 글을 올렸다. 그는 “대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미스 이스라엘과 접촉하지도 않고 사진도 함께 찍히지 않으려 무척이나 조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스 슬로베니아와 미스 재팬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탈론이 갑작스레 우리에게 뛰어들어 ‘셀카’를 찍고선 SNS에 올린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탈론은 미스 레바논이 곤경에 처했다는 기사를 접하고선 자신의 의견을 다시 SNS에 올렸다. 마탈론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나를 슬프게 하는 일”이라고 자신으로부터 유발된 ‘사태’를 평가했다. 그는 “당신은, 세계 곳곳과 이웃나라에서 온 여자들과 만나는 인생의 경험을 하게 될 3주 동안에도 적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마탈론은 그레이지와 아랍권의 반발을 부른 사진을 SNS에 그대로 게재해 놓고 있다.
미스유니버스에서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미스 레바논인 크리스티나 사와야는 중동 갈등의 와중에 미스 이스라엘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없다며 미스 유니버스 참가를 철회하기도 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준전시 상태로 상대방 국가로의 입국을 불허하고 있으며 교역도 중단돼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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