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은 1961년 7월 소련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조ㆍ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조ㆍ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했다. 북방삼각의 우호협력체제와 함께 등거리ㆍ줄타기 외교의 틀을 구축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국면에 따라 소련을 현대수정주의로, 중국을 좌경모험주의로 비판하며 몸값을 올리고 양측으로부터 경제와 군사 분야의 원조를 이끌어냈다.
▦ 김정은 체제 들어 북중관계는 소원해진 반면 북러관계가 활기를 띠어왔다. 북한이 1960년대식 줄타기 외교를 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만했다. 최근 북중 간에는 순망치한의 혈맹관계를 무색하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한 게 대표적이다. 엊그제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ㆍ중 간 인적 교류 및 네트워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 간 인사교류가 김정일 시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 반면 북러 간에는 인적ㆍ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등 밀월관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최룡해가 김정은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북ㆍ러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5월에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을 초청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중에 연해주 등지에서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점친다. 북러 정상회담이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새해 들어 뭔가 달라지는 분위기다. 북한에 냉랭했던 중국의 자세에 변화가 보이면서다.
▦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의 생일인 8일 축하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하며 북중관계의 기본원칙인 16자(字) 방침을 거론했다.‘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조강화’의 16자 방침은 2001년 장쩌민 당시 중국국가주석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내용으로 양국 친선관계를 상징해왔다. 그런데 최근 3년간 북중관계가 냉각되면서 한동안 거론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중국은 소니 해킹 사건, 한미 연합훈련과 추가 핵실험 잠정중단 제안 등의 사안에서 북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도 중국을 겨냥한 ‘대국주의’같은 표현을 안 쓴 지 꽤 오래됐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김정은의 방중 발표가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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