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SNS 횡행하는 '인종주의자 표적 공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SNS 횡행하는 '인종주의자 표적 공격'

입력
2015.01.19 16:14
0 0

미국 휴스턴의 한 세차장에서 일하던 크리스 린컨은 얼마 전 해고를 당했다. 이유는 좀 뜻밖이었다.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가 임신했다는 잘못된 글을 읽으면서 그의 불행은 시작됐다. 린컨은 평소 SNS에 대놓고 인종차별적 글을 올리지 않았으나 이날은 달랐다. 흑인을 향한 공격적인 비방 댓글을 달았다. 그의 댓글은 인종주의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최근 만들어진 온라인 모임 ‘인종주의자 해고시키기’(Racists Getting Fired)의 눈에 띄었다. ‘인종주의자 해고시키기’회원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린컨의 고용주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린컨의 해고를 종용했다. 댓글을 올린 지 2주쯤 뒤 린컨은 실직자 신세로 전락했다.

19일 BBC에 따르면 SNS에 올려진 인종차별적 글을 추적해 이를 해고로 벌하는 온라인 운동이 최근 등장해 미국 등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종주의자 척결에 제격인 ‘신종 발명품’이라는 찬사가 나오면서도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과 애먼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종주의자 해고시키기’는 지난해 한 여성이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문을 연지 며칠 만에 4만명이 가입했다. 개설하자마자 1만5,000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누군가 SNS에 올린 인종차별적 발언이 블로그에 노출되면 회원들이 심각성을 평가해 행동에 나서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럴 듯한 행동원칙도 지니고 있다. 특정 인물의 (불법적으로 취득된 개인정보가 아닌)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만 활용하며 18세 이상만 목표물이 된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람이나 그 가족을 직접 괴롭히지 않고 오로지 인종차별 혐의자의 고용주만 접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블로그에는 제보와 함께 승리의 기록들도 올라와 있다. 일자리를 잃은 인종주의자들의 침울한 사과의 글도 게재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 정의구현’이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미국 여성 브리아나 리베라는 인종혐오적 글을 SNS에 올리지 않았는데도 ‘인종주의자 해고시키기’에 제보돼 곤경에 처했다. 리베라의 전 남자친구가 리베라 이름을 도용한 SNS계정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이버공간이 지닌 익명성이 마녀사냥 같은 극단적인 행태로도 나타날 우려가 있다. 린컨은 “인종차별적인 견해는 나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데 나를 특정 목표물로 삼았다는 사실이 괴롭다”고 BBC에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어떤 사람을 일자리에서 몰아내는데 집중할 뿐 그 사람의 진면모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인종주의자 해고시키기’의 회원들은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국 훌봄트주립대학의 휘트니 필립스 교수는 “자경단원과 괴물 사이의 차이는 무엇이겠냐”며 “결국 동기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인종주의자 벌주기에 성공했다고 해서 과연 인종주의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냐는 회의의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종적 편견을 어떻게 잘 숨겨야 할 지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게 과연 승리냐”고 되물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