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과 관련, 북한 소행이라고 자신 있게 단정하는 배경에는 2010년 북한 내부 컴퓨터망에 감시 프로그램을 숨겨두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은 북한의 점증하는 사이버 테러능력에 위협을 느끼고, 2010년 한국 등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 네트워크에 침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사실은 새로 공개된 NSA 기밀문서와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의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NSA는 북한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중국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간 뒤 북한 해커들이 애용하는 말레이시아 회선을 통해 북한 네트워크로 침투했다. NSA는 이후 내부에 심어 놓은 감시 소프트웨어를 통해 북한 해커들의 움직임을 상시적으로 추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해커들의 정교한 수법에 속아 넘어간 많은 민간 전문가들이 소니 해킹은 내부 소행이라고 주장하는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단호하게 북한에 제재를 가한 것도 감시 소프트웨어를 통해 얻은 결정적 증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정보 기관이 제시한 결론을 수용하는데 매우 신중하지만, 이번에는 의심의 여지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감시 프로그램 설치에도 불구, 미국 정부가 북한의 소니 해킹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당국자들의 판단 착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지난해 9월 북한 해커들이 소니 픽처스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이 설사 북한의 해킹 의도를 알아챘더라도, 그 후폭풍이 얼마나 강력할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SA 추적에 걸린 북한 해커들은 정찰총국 산하 전자정찰국 사이버전지도국(121국) 소속으로 확인됐다. 우리 국방부는 최근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을 6,000명 규모로 추정한 바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