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올해의 트럭상 받은
포드 F-150 신 모델 '랩터' 주목
엔저 등에 업은 토요타ㆍ닛산과 승부
현대차도 '싼타크루즈' 첫 공개
2009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중국에 내주기 전까지 미국은 100년 가까이 세계 자동차시장을 지배한 맹주였다. 판매량을 넘어 새로운 차종과 문화를 창출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이 최근 몇 년 간 침체를 털고 다시 뜨거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부활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빅3(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크라이슬러)는 ‘안방’을 지키기 위해 올해 미국에서 치열한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한 ‘북아메리카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과 미국 빅3가 치를 올해 각축전의 예고편이었다. 미국 시장을 노리는 각 사의 의지는 미국 차의 상징인 ‘픽업 트럭’(적재함 덮개 없는 소형 트럭)에 응집돼 있다. 출퇴근이나 레저, 작업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픽업 트럭은 유가에 민감하지 않은 미국에서만 유독 사랑 받는다. 최근 판매량이 10% 이상 늘며 전체 판매량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F-150으로 미국 픽업 트럭 시장을 휩쓸며 ‘2015 북미 올해의 트럭상’을 받은 포드는 F-150 신 모델 ‘랩터’를 공개했고, 크라이슬러의 닷지 램도 신형 픽업트럭 ‘램 1500레벨’을 내놓았다. 일본업체 토요타와 닛산은 정통 미국식 픽업트럭의 완전변경 모델인 ‘타코마’와 ‘타이탄’을 각각 선보였다. 토요타는 지난해 엔저를 등에 업고 미국 시장에서 6.2% 늘어난 237만대를 판매하며 승승장구한 여세를 올해 픽업 트럭으로 몰아갈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소형 콘셉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HCD-15)’를 이번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다. 2.0ℓ 디젤엔진을 장착해 정통 픽업트럭보다 크기는 작지만 짐칸을 늘려 실용성을 추구했다. 현대차는 아직 양산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생산한다면 1977년 포니 픽업트럭 이후 38년 만에 픽업 트럭 시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미국 경기 회복과 저유가 영향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성능 모델도 대거 등장했다. GM은 6.2ℓ V8 슈퍼차저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캐딜락 고성능 모델 CTS-V를 공개했고, 포드는 최고출력이 500마력 이상인 신형 머스탱 고성능 버전 쉘비 GT350R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최초의 사륜구동 디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사양을 추가한 대형 SUV Q7의 차세대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방증하듯 세계 자동차업계 거물들도 일제히 디트로이트를 찾았다. 미국 자동차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 GM CEO, 마크 필즈 포드 회장,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까지 미국 빅3 수장들이 모두 행사장에 나타났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 독일 메르세데스-벤츠ㆍ다임러 AG의 디터 제체 회장 등 유럽 완성차업계 리더를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2011년 이후 4년 만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세계 언론을 상대로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비전을 설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1,653만1,070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1,616만여대(2007년)를 돌파했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1970년대 중반 수준인 1,044만여 대까지 급락했다가 5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KOTRA 관계자는 “미 정부의 양적완화 축소로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율은 다소 줄어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올해 미국 시장을 전망했다. 디트로이트=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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