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안전문가들 주장 "자유주의 성향 해커들 소행"
지난해 11월 말 발생한 영화사 소니픽처스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미국 정부 발표에 대해 전세계 보안전문가들이 잇따라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소니픽처스 해킹의 진범으로 북한이 아닌 러시아 등 다른 해킹그룹들을 꼽고 있다.
18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스라엘 등 해외 보안전문업체들이 속속 소니픽처스 해킹의 범인으로 북한이 아닌 제 3자를 지목했다. 컴퓨터백신 ‘맥아피 안티바이러스’로 유명한 미국의 보안업체 맥아피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존 맥아피는 지난 17일 해외 IT전문매체들을 통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의 진범이 자유주의 성향의 해커들이라고 주장했다.
맥아피는 “소니픽처스 해킹을 누가 했는 지 알고 있는데 북한은 아니다”라며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예술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해커들의 소행”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해커들의 정체를 알지만 밝히지 않겠다”며 “북한을 좋게 보지 않아서 북한이 비난 받는 상황 또한 신경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안업계에서는 그가 보안업체를 운영하며 친분을 쌓은 해커들을 통해 정보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이스라엘 보안업체 타이아 글로벌도 러시아 출신 해커들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벌였을 것이란 주장을 폈다. 이들은 외신을 통해 “기초 조사를 통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의 범인들은 러시아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나 중국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미 공군의 전산보안을 담당하는 보안업체 데님그룹 역시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데님그룹도 홈페이지(www.denimgroup.com)를 통해 “북한은 소니픽처스를 공격할 만큼 고도의 해킹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이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보안업계의 주장들은 기존 미국 정부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 미 연방수사국(FBI)은 “인터넷 주소(IP) 추적 결과 북한 IP가 확인됐다”며 해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FBI는 북한 IP 등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미 정부는 지난 2일 북한 정찰총국과 관계자들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리는 등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다. 여기 맞춰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일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을 다시 거론하며 사이버 보안 강화를 주요 화두로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보안업계에서는 반대 의견이 계속 나오는 만큼 미 정부가 소니픽처스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안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미국 정부에서 북한 소행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일부 보안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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