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강 상태였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18일 각종 화기를 동원해 동부 도네츠크시와 그 외곽 지역에 집중 포격을 가했다고 반군 측이 밝혔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관계자는 “정부군이 도네츠크시에 대한 집중 포격을 시작했다”며 “포탄이 도심까지 날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보좌관 유리 비류코프는 “정부군이 오늘 아침 동부 지역의 반군 거점에 대해 집중 공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전날엔 도네츠크 외곽에서 공항 장악을 위한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교전이 격화하면서 도네츠크 거리는 초토화되고 끊임없는 로켓 공격에 종일 창문이 흔들리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반군은 공항과 시내 중심부를 잇는 다리로 진격하려는 정부군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정부군이 도네츠크 중심부로 진격한 것은 반군과의 대치가 시작된 지난해 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도네츠크 공항은 그 동안 정부군이 통제해 왔으나 최근 들어 도네츠크 대다수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반군이 탈환에 나서면서 격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의 집중 공세에 정부군은 공항에서 일시 퇴각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외신은 정부군이 도네츠크에서 공세를 강화, 공항을 거의 탈환했다고 안드레이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교전으로 정부군 진영에서만 최소 5명의 군인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측 피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공보실장 안드레이 리센코는 “공항이 현재 반군 통제하에 있다”고 시인하면서 그러나 “정부군이 공항을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휴전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교전이 한동안 멈추기도 했으나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우크라이나, 러시아, 프랑스, 독일 4자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등 협상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다시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 양측이 모두 병력과 장비를 증강해 전선으로 이동시키면서 대규모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이달 중순 도네츠크주에서 발생한 버스 포격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 참석해 “우리는 우리 땅을 한 뼘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돈바스(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되찾아오고 이 지역에 대한 통치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도네츠크시 남쪽 볼노바하시 인근 검문소 옆을 지나던 버스에 포탄이 날아들어 1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포격 사건을 반군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반군은 이를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공세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수장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해 의용군(반군)에 당한 심각한 군사적 패배에 복수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다시 전면전을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도 “현재의 상황은 (지난해 9월 정부군과 반군 간에 체결된 휴전 협정인) 민스크 합의 이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전 상황이 악화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21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제사회의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교전 격화에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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