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아시아 카톨릭의 보루’로 불리는 필리핀에서 집전한 미사에 최대 700만명에 가까운 사상 최대 인파가 모였다.
바티칸 대변인 페레디코 롬바르디 신부는 대통령실이 이날 교황 미사에 최대 700만명에 이르는 군중이 참가했음을 전해왔다면서 수많은 인파로 보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최대 기록은 1995년 필리핀을 방문한 당시 요한 바오로 2세가 같은 장소에서 집전한 미사 때 모인 약 500만명이었다. 이번 700만 기록은 마닐라에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세워져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어린이들을 죄와 악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이들이 희망을 잃고 거리로 나서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죄와 악에 유혹당하거나 순간의 쾌락과 천박한 유희로 가득찬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마닐라의 산토 토머스대학에서도 소외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약 20만명이 참석한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국제사회에 헐벗고 굶주린 수백만 유랑아들의 고통을 깨닫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살기 힘들고 버려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만 도움이 필요 없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슬픔 자체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교황은 또 남성들이 여성들의 의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남성 우월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여성들은 우리와 다른 각도와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고, 남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의문점을 제기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마닐라 미사 행사장에 노란색 우의 차림으로 필리핀의 서민 교통수단인 '지프니'를 타고 운집한 군중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다. 필리핀 교황방문준비위원회와 정부는 이날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일찌감치 각종 준비에 나섰다. 이 때문에 교통 경찰이 기저귀를 착용하고 주변 교통정리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는 교황이 고령에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고통받는 신자들을 직접 보살피는 ‘행동하는 사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교황은 실제로 타클로반 미사에서 “로마에 있을 때 (필리핀의)태풍 참사를 보고 이곳에 와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재민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교황의 남다른 관심도 이런 열풍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지역에서 일부 성당이 다른 용도로 매각되는 상황에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신자와 사제 등 성직자 수가 늘어나는 정반대 현상을 보여 교황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아시아 지역국가 가운데 필리핀은 인구 1억명 가운데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여서 아시아 가톨릭의 보루로 불리는 곳이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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