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팬들과 만난 아이돌 그룹 B1A4가 당황스런 논란에 휩싸였다. B1A4는 1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드라마 장면 따라 하기’ 코너에 참가한 무슬림 여성 팬과 포옹하고 머리에 입을 맞췄다는 이유로 현지 여론의 공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연방이슬람종교부(JAWI)는 14일 이 팬이 공공장소에서 순결하지 못한 행위를 금지하는 연방 샤리아법을 위반했다며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는 행사를 기획한 TGM 이벤트가 이슬람 율법을 B1A4 측에 알리고 팬들을 통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네티즌들은 “신실한 신자였다면 신체 접촉을 거부했어야 한다”며 문제의 팬을 비난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스타의 팬미팅 때 팬과의 신체접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SBS ‘런닝맨’ 출연자인 이광수는 현지의 여성 팬들과 손바닥을 마주치고 손등키스를 했지만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말레이시아의 온라인 커뮤니티 페이지 ‘수칸 스타 TV’를 통해 “K팝 아이돌이 무슬림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자극적인 영상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이 페이지에는 “시리아에선 여성들이 지하드에 참여하고 있는데 말레이 무슬림 여성들은 한국 아이돌만 찾는다”는 만화가 게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JAKIM은 “JAWI가 단지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한 발 뺐다. 아흐마드 샤베리 통신ㆍ멀티미디어부 장관은 “JAWI의 조사가 처벌로 끝나기를 원치 않으며 적절한 상담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물론 한국 연예인이 해외에 나갈 때는 현지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기획사가 이슬람 문화에 주의하지 못한 채 현지 업체에만 의지해 행사를 치른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현지 남성들이 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들이 K팝을 즐기는 여성 팬들을 비하하려 했다는 점에서 성차별적 사고방식이 작용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팬이 앞으로도 아무 문제 없이 자신의 스타를 사랑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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