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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앞 3분, 비디오아트에 빠져 볼까

입력
2015.01.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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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예술특구서 최다 관객

학고재 갤러리 'W3' 21일 부터

29일에는 회고전 두개 동시 개막

3월에는 제자인 빌 비올라 전시도

‘흰 잔재에 대한 발판 스위치 실험’(위)은 1995년 리옹 비엔날레에 선보일 당시 9개의 TV 수상기로 전시됐으나 이후 일부가 팔려 이번에는 5개 세트만 전시된다. 아래 사진은 ‘W3’(왼쪽)과 ‘샬롯’(오른쪽). 학고재갤러리 제공
‘흰 잔재에 대한 발판 스위치 실험’(위)은 1995년 리옹 비엔날레에 선보일 당시 9개의 TV 수상기로 전시됐으나 이후 일부가 팔려 이번에는 5개 세트만 전시된다. 아래 사진은 ‘W3’(왼쪽)과 ‘샬롯’(오른쪽). 학고재갤러리 제공

새해 벽두부터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재조명 열기가 뜨겁다. 백남준 9주기(29일)를 앞두고 추모 전시회가 잇따른다. 포문은 21일부터 3월 15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백남준 전 ‘W3’이 연다.

W3은 인터넷을 지칭하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으로, 미래 미디어 환경을 앞서 내다 본 백남준의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 중국 상하이 모간산로 예술특구 형성 이후 가장 수준 높은 전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최다 관객 기록으로 ‘상하이에 미술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찬사를 받은 그 전시로, 지난해 하반기 항저우 삼상현대미술관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과 학고재상하이 전시 ‘백남준을 상하이에서 만나다’를 망라한 12점을 소개한다. 생전 백남준은 상하이와 모스크바에서 전시회를 열고 자신의 작품이 소개되기를 소망했으나 타계 3년이 되는 2009년에야 베이징 중앙미술학원미술관에서 첫 전시회가 열렸고 지난해에는 상하이에서 두 번째 중국 전시회가 열렸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은 1974년에 이미 ‘전자 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64대의 모니터에서 끊임없이 화면이 흘러가는 ‘W3’. 각각의 모니터가 1초 간격으로 영상을 옆 모니터로 전달하며 20분 가량 반복적으로 X자 형상을 가로지르며 움직인다. 1988년 작품 ‘다다익선’부터 백남준의 작품을 제작하고 유지보수하며 호흡을 맞춰 온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가 화면이 흘러가는 속도를 백남준의 의도대로 재현했다. 작가는 생전에 “내 작품 앞에 3분을 붙잡아두면 최고 성공”이라고 했다는데, 역동적인 소통 문화를 암시하는 이 작품은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들다.

태아처럼 웅크린 여성이 달걀 형상 안에 갇혀 허공을 굴러다니는 모습이 모니터에서 재생되는 ‘수평 달걀 구르기 TV’나 백남준과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함께 했던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을 추모하기 위해 음악과 비디오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제작한 ‘샬롯’, 텔레비전 수상기 내부 회로를 비워내고 어항으로 변화시킨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작품은 ‘흰 잔재에 대한 발판 스위치 실험(Foot Switch Experiment on White Rester)’. 전자기기를 고치는 기기에 영상 이미지를 구현한 이 장치는 마음대로 모니터 이미지를 조작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비튼다. 이 대표는 “백 선생이 살아 있었으면 관람객들이 직접 조작해보도록 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며 예술이 결코 멀지 않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29일에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준비 중인 백남준전 ‘TV는 TV다’와 기획전 ‘2015 랜덤 액세스’가 동시에 개막해 동시대 예술과 호흡하는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회고한다. 또 3월에는 국제갤러리에서 백남준의 제자로 알려진 미디어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해외에서는 2013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지난해 록펠러 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10년 만에 열린 뉴욕 개인전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백남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장조카가 고인을 대리해 미국 가고시안갤러리 전속작가 계약을 맺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세계 굴지의 상업화랑이 작고한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백남준에 대한 논의가 국내를 넘어 다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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