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간 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기테러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잡지가 최신호 표지에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다시 등장시킨 탓이다. 이 잡지사에 대한 총기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음에도 무함마드에 대한 새 만평을 실어 이슬람권의 분노를 사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니제르에서는 17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만평 규탄시위로 모두 10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잉구셰티아에서도 1만5,000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이슬람권 곳곳에서 규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7일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등에 대한 연쇄 테러 이후 이슬람교도나 관련 시설을 겨냥한 보복범죄가 50건 이상 발생했다. 산발적이기는 하지만 반발강도와 범위가 넓어 자칫 유럽 전 지역이 만평 테러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유럽 각국은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에 가담한 유럽인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가 최대 5,000명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아일랜드 등 각국 경찰은 파리 테러 이후 검거작전에 나서 30여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특히 벨기에서 사살된 테러 용의자들은‘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를 판매하는 가게를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했었다는 보도다.
유럽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벨기에를 겨냥한 테러가 임박했고 네덜란드서도 테러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군 병력을 수도 브뤼셀과 유대인 밀집지역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또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전선 20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공동 주최하기로 하는 등 파리 테러사건 이후 국제공조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테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고 국제사회가 테러방지를 위해 공조하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이슬람을 지속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샤를리 에브도’에 대해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반발이 또다시 테러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유럽의 반이슬람주의는 자제되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15일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고 타인의 믿음을 모욕하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테러 발생 전 ‘샤를리 에브도’의 판매부수는 통상 6만부에 불과했으나 이번 최신호는 무려 190만부가 팔렸다. 이 잡지사의 제라르 비아르 편집장은“무함마드나 예언자, 신에 대한 만평을 그릴 때마다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종교의 자유가 또 다른 죽음을 부르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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