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하나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투자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선 의지와 계획이 확실한 부문들이라도 관련 규제완화와 촉진책을 통해 투자를 조기에 현실화하자는 게 골자다. 그래서 어제 발표된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크게 두 갈래로 잡혔다. 우선 현대ㆍ삼성ㆍSK 등 대기업 투자계획의 조속한 실현을 위한 법적, 행정적 지원을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 등의 관심이 높은 대형 복합리조트 등의 사업 확대도 유도키로 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가 지원키로 한 대기업들의 주요 투자 프로젝트는 4건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조5,000억원을 들여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5조원 규모의 개발사업은 용도지역 변경, 건축 인허가 등에만 통상 2~3년이 걸린다. 약 4조원이 투자될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증설이나, 2조8,000억원짜리 사업인 SK 열병합발전소 건설의 전제인 배관망 공사, 5조원 규모의 용산 주한미군 이전 부지 개발도 해당 지자체 업무와 맞물려 난항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우선 서울시 등 각 지자체와 협력해 현장 중심의 애로 및 규제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광인프라 투자확대책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복합리조트 2개를 추가 조성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 사업자 선정 및 내년 착공을 촉진하기 위해 현재 51% 이상으로 묶여 있는 외국인 지분비율 제한도 풀어 삼성이나 현대도 원하면 최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호텔, 대형 컨벤션, 쇼핑몰, 고급식당 및 레저스포츠, 의료시설 등이 들어설 복합리조트는 1개 당 최소 1조원 대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투자효과는 크다. 하지만 영종도와 제주에 이미 복합리조트 건설이 진행 중인 만큼, 전체 시장규모를 따져 과잉투자로 흐르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현장에서 아무리 다급히 움직여도 법적 뒷받침 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당장 이번 대책도 차질 없는 실현을 위해선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 ‘항공법’ ‘신용정보법’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 등 8개 법률의 제ㆍ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처리를 요청한 30개 경제활성화법 중 12개가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을 정도로 국회의 움직임은 원활하지 못하다. 이젠 투자기업이 인ㆍ허가를 위해 정치권과 정부에 굽실거리던 과거의 ‘갑을 관계’는 끝났다. 빈사상태인 투자를 살리는 데 정치권과 일선 관료들이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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