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도권 등의 기치를 내걸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방 곳곳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들이 입주를 원하는 기업들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기반시설을 조성한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등 많은 국가산업단지가 빈 땅으로 남아있다.
부지 규모가 1,200만㎡에 달하는 석문국가산업단지는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완공됐지만 입주업체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모습은 사전에 기업들의 투자 수요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산업단지부터 짓고 보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가 밀어내는 서울·경기 소재 기업들을 받으면 산업단지를 가동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지방산단 팽창의 한 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집계 결과 기반시설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분양률이 50%를 밑도는 지방 산업단지는 석문국가산업단지 등 38곳에 달했다. 충북 단양산업단지는 2010년 공사를 완료했지만 지금까지 분양률이 24%에 불과하다. 조업을 하는 업체는 5개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 수도권 이주업체가 아닌 기업이 대부분이다. 농촌지역에 조성된 농공단지 중엔 분양률이 0%인 곳도 있다.
석문국가산업단지 등 국가산단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정부가 지자체의 자율권을 확대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특례법’을 도입하면서 지방산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강원과 경북은 2008년 이후 산업단지 면적이 각각 56.7%, 34.7% 늘었다. 경남에서는 같은 기간 68개의 중·소규모 산단이 지정되면서 산단 수가 111개에서 179개로 61%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용지 땅값도 많이 떨어졌지만 공단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산업용 부동산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김관 ERA코리아 부사장은 “지방의 농공단지는 3.3㎡당 30만~40만원으로 시화공단의 10분의 1밖에 안돼도 거들떠보는 업체가 없다”며 “수도권 규제 때문에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발상은 완벽한 착각”이라고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9년부터 분양한 이곳의 분양률은 21%. 지난해 6개 업체가 부지를 새로 분양받았지만 기존 18개 업체가 입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분양률은 전년보다 더 낮아졌다. 지금까지 준공된 공장은 고작 3곳. 원효재 LH 대전충남지역본부 차장은 “인천 남동공단, 시흥 시화공단에 전단을 돌리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기계박람회까지 쫓아가 홍보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화성시 동탄일반산업단지는 곳곳에서 공장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동탄2신도시 지역에 있던 공장들의 이주를 위해 조성된 산업단지다. 석문국가산업단지보다 늦게 지정됐지만 현재 산업용지의 94%가 분양됐으며 130개 업체가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안민구기자 am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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