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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허리 통증, 간단한 고주파 치료로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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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허리 통증, 간단한 고주파 치료로 잡아요"

입력
2015.01.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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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웬만한 척추질환은 비수술 치료

"일부 불필요한 시술 끼워넣기

치료 기술에 자신감 없는 탓"

조성태 강남초이스병원 원장은 일각의 척추 과잉진료에 대해 “치료에 자신감이 부족한 의사들이 불안감에서 이것저것 끼워넣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조성태 강남초이스병원 원장은 일각의 척추 과잉진료에 대해 “치료에 자신감이 부족한 의사들이 불안감에서 이것저것 끼워넣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평소 허리가 불편하던 직장인 박모(46)씨는 주말 과로 뒤 심한 요통을 느껴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제5요추-제1천추의 급성 추간판탈출증(디스크)’. “놔두면 마비가 온다. 수술 없이 고칠 수 있다”는 병원 의사의 말에 고주파수핵감압술과 꼬리뼈풍선카테터성형술을 동시에 받았다. 치료비 700만원의 고가 시술이었음에도 증상은 없어지기는커녕 악화됐다. 아픔을 호소하는 박씨에게 담당 의사는 “며칠 지켜보다 호전이 없으면 수술하자.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비수술로는 못 고친다”고 낯을 싹 바꿨다.

디스크 등 척추질환의 과잉진료가 끊이지 않으면서 환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척추병원들의 경우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 심리를 이용해 고가(高價) 또는 불필요한 비수술 시술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의료사고 중 척추ㆍ관절을 다루는 정형외과 비중이 20.3%으로 가장 높다는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발표가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조성태(46) 강남초이스병원 원장은 일각의 척추 과잉진료 행태와 관련, “각종 비수술 요법 중 신경성형술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며 “치료에 자신감이 없는 일부 의사들이 불안감에서 이것저것 추가로 권하고 있다”고 했다.

척추 치료에서 ‘디스크=수술’의 공식이 깨진지는 이미 오래다. 척추질환을 고치는 약물과 장비, 술기(術技)가 좋아진 데다, 가급적 안 째거나 덜 째는 ‘비침습’ 치료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다. 환자들도 비수술을 선호한다. 수술의 경우보다 통증, 상처 등 발생이 적다 보니 회복이 빠르고, 치료비가 적게 들고, 미용상의 손상도 최소화 해 주기 때문이다. 척추병원들은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꼬리뼈신경성형술, 풍선카테터성형술, 고주파수핵성형술, 레이저내시경치료술 등 각종 비수술 요법을 앞세워 환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스크 등 척추 치료에서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대소변이 힘들 정도로 디스크가 심한 경우, 다리 마비 증상이 심한 때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비수술적 치료를 다 받았는데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환자들도 수술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만성요통 등 웬만한 척추질환은 간편한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하는 추세이다. 예전이라면 수술로 고치던 ‘경계성 증상(보더라인)’들도 하나 둘씩 비수술로 넘어가고 있다. 척추병원 의사들에 따르면 현재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8~9명가량이 비수술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과잉진료와 이에 따른 환자들 피해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씨의 사례는 일부 척추병원의 비뚤어진 상술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즉,‘고가의 비보험 시술 권하기→ 불필요한 시술 슬쩍 끼워넣기→ 호전이 없는 환자에게 수술 권유하기’의 전형적 공식을 따르고 있다. 조 원장은 “박씨처럼 급성 추간판 탈출증 중기~말기는 간단한 신경주사와 약물치료 만으로도 쉽게 좋아진다”고 했다.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선 신경성형술은 통증 완화가 목적이다. 디스크 증상을 없애 주는 완치 수단이 아니다. 조 원장은 “디스크 환자에게 고주파 열 치료술이든 신경성형술이든 어느 한 가지만 해야 하는데, 고주파 치료 기술에서 자신이 없다 보니 끼워넣기 식으로 둘 다 권하는 것”이라며 “그러다 치료가 안 되면 ‘수술합시다’라면서 태도가 돌변한다”고 했다. 환자 입장에선 돈이 이중 삼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불필요한 시술에 따른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다. 척추 수술의 경우 다른 질환과 달리 ‘척추수술실패증후군(FBSSㆍ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을 동반할 수 있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이란 한 번 또는 그 이상 척추수술을 받았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되려 악화되거나, 수술 전에는 없던 통증이나 마비 등 증상들이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조 원장에 따르면, 디스크 증상이 초기 또는 중기라면 치료비 20~30만원 선의 신경치료나 물리치료 만으로도 호전을 볼 수 있다. 신경치료는 척추 주변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주입해 신경눌림 증상을 풀어 주는 것이다. 같은 신경눌림 치료라도 카테터(가느다란 관)가 동원되는 신경성형술의 경우 비보험이라 치료비가 200만원 안팎으로 10배에 이른다.

디스크 증상이 중기~말기, 협착이 동반된 경우에는 고주파 열 치료술로 고친다고 조 원장은 설명했다. 1mm 크기의 가느다란 주사 바늘을 병변 부위에 집어넣은 뒤 섭씨 50도의 고주파 열로 디스크를 수축시키는 방법이다. 조 원장은 고주파 열 치료법과 관련, “병변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꼼꼼함과 튀어나온 디스크가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치료를 멈추지 않는 세심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원장은 그러면서 “고주파 열 치료만으로 충분하다.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카테터 등 다른 치료를 더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반적인 고주파 시술로는 디스크가 터졌거나 협착이 동반된 중증은 못 고친다. 조 원장은 고주파의 이 같은 한계점을 고주파내시경 디스크치료술로 극복하고 있다. 직경 3~4mm의 특수내시경으로 병변을 들여다 보면서 집게로 디스크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다음, 고주파 열로 디스크를 수축ㆍ응고시키는 치료이다. 조 원장이 2010년 직접 개발해 선보인 방법이다. 개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조 원장은 “기존 내시경은 크기가 10mm로 커 카테터를 넣으면 환자들이 많이 아파했다. 직경을 3mm로 줄였더니 내시경이 예전이라면 못 들어가던 위치에까지 도달해 디스크 치료가 한결 쉬워졌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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