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해 여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50일 공습인 ‘가자전쟁’에서 전쟁범죄가 있었는지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파투 벤수다 ICC 검사는 16일 성명에서 “동예루살렘을 포함,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지난해 6월13일 이후 발생한 전쟁범죄 혐의들에 대해 완전히 독립적이고 공평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12일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10대 3명이 실종된 이후 팔레스타인인 2,000명을 체포하는 등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어 같은 달 30일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를 배후로 지목하고 7월8일부터 50일간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당시 교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2,200명 가까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73명이 사망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가자전쟁 때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여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정착촌 건설 등이 될 전망이다. 또 이스라엘의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하마스의 보복 공격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번 예비조사는 팔레스타인이 이달 2일 ICC 가입 서류를 유엔에 제출, 4월 1일 가입 효력이 발생할 예정인 가운데 시작됐다.
리아드 말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이번 예비조사 결정을 환영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팔레스타인의 ICC 가입을 반대해온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가 일어난 지 며칠 만에 예비조사 결정을 내린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미국도 ICC의 조사 착수 결정에 대해 “평화라는 대의를 이루는 데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제프 래스키 미국 국무부 공보과장은 성명에서 “자국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리스트들의 로켓포 공격을 견뎌낸 이스라엘이 ICC의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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