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연시장은 2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20년 조시아 홀브루크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의한 장소 이름을 딴 리세움(Lyceum)이란 무료강연을 한 게 시초다. 리세움은 큰 인기를 끌어 1835년에는 미 전역에서 3,000회가 열렸다. 무료 또는 1달러 안팎 입장료를 받았으나 인기가 높아지면서 30년 뒤 대니얼 웹스터, 랄프 왈도 에머슨 강연의 입장료는 지금 돈 200달러로 치솟았다. 이후 강연시장은 교통, 통신 발달로 크게 확대되며 다양화, 전문화의 길을 걸었다. 초청 자체가 명예인 모임에 돈을 내고 참석하는 유료 강연자에서, 강연자 섭외 전문기관까지 생겼다. 고액 유명강사를 초청한 이벤트의 방청권을 고가에 팔아 수익을 내기도 한다. 각 분야 검증된 인사를 무대에 세우고, 수천 달러 입장료를 받은 뒤, 강연을 인터넷에 무료 개방한 TED의 강연 방식은 큰 인기다.
강연시장 확대로 강연료는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 보통은 유명세와 경력, 인기가 강연료를 좌우하고, 정치인이나 베스트셀러 작가, 유명 전문가, 대중 스타 등이 고액 강연자에 속한다. 대권주자나 유명 정치인들은 5만~10만달러에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다. 인기가 높을 때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퇴임 이후 세계를 돌며 542 차례 공개 강연해 1억달러 이상 소득을 거뒀다. 비싼 입을 자랑하는 이들은 전직 경제 관료들이다. 금융위기 때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는 지난 해 20만~40만달러 강연료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 역시 20만달러, 재무장관 출신의 티머시 가이트너도 10만~2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말 한 마디에 경제가 출렁이는 이들의 영향력을 돈으로 예우한 것인데 전관예우일 수 있고, 업무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없지는 않다. 대중스타나 유명 전문가들은 보통 5만~7만달러,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는 평균 4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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