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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임원, 박창진 사무장에 "정년까지 안 다닐 거야" 온갖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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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임원, 박창진 사무장에 "정년까지 안 다닐 거야" 온갖 협박

입력
2015.0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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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진술·시말서 거부하자 회유, 조현아 "비행기 세워" 이동사실 인지

‘땅콩 회항’ 사건의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대한항공 임원이 박창진 사무장에게 정년을 언급하면서 허위 진술 및 시말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항 지시 당시 항공기 운항이 시작된 줄 몰랐다고 했던 조현아(41ㆍ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실제로는 항공기가 이동 중이라는 것을 보고받은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1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대한항공 여모(57ㆍ구속) 객실담당 상무는 지난달 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박 사무장을 본사 사무실로 불러 ‘업무 미숙으로 스스로 기장과 협의해 비행기에서 내렸다’는 내용의 경위서와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

박 사무장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만 경위서를 쓰자 여 상무는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써야지, 이렇게 써 갖고 되겠어. 다 본인 잘못이라고 써야 할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여 상무는 같은 내용으로 시말서도 쓰도록 지시했다. 박 사무장이 이에 불응하자 “너 회사 오래 다녀야 되잖아. 정년까지 안 다닐 거냐”라고 협박했다.

여 상무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사태를 축소해 거짓으로 진술하라는 지시에도 박 사무장이 버티자 “거기가 무슨 정부기관이냐. 다 우리 대한항공에 있다 간 사람들이다. 아무 문제 안 된다”고 설득했다. 사건 초기 박 사무장이 국토부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행과 폭언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후 진실을 털어놓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소장에는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을 폭행하고 회항을 지시한 경위가 상세하게 나온다. 여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은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이 객실 서비스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가져다 주자 “누가 (매뉴얼이) 태블릿에 있다고 했어”라고 화를 내면서 파일철로 좌석 팔걸이 위에 있던 박 사무장의 손등을 3, 4회 내리쳤다. 뒤에서 지켜보던 여 승무원에게는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 무릎 꿇고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며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이어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고함을 쳤다. 박 사무장이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세울 수 없다며 만류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는 “상관 없어.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어디다 대고 말대꾸야.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소리질렀다.

조 전 부사장은 실랑이 끝에 매뉴얼을 직접 확인하고 뒤늦게 여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비스를 한 것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박 사무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네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여 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네가 내려”라고 고함을 쳤다.

결국 박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상황은 끝났지만 승객 247명을 태운 항공기는 이로 인해 24분 가까이 출발이 지연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승객들에게 사과는커녕 아무런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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