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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짜리 표가 동났다… 강연에 목마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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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짜리 표가 동났다… 강연에 목마른 대한민국

입력
2015.0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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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 인문학 강연 200석 전석 일찌감치 매진

'힐링 멘토' 혜민 스님이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인문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힐링 멘토' 혜민 스님이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인문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지루할 수 있는 인문학 설명, 직장인이 출근해야 하는 평일 오전, 그리고 20만원이 넘는 티켓값….’이 보다 청중이 몰리기 어려운 조건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보통 콘서트, 유명인 초청 특강이 주말 또는 일과시간 이후 잡히는 것도 보다 많은 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평일인 14일 서울 중심가에서 하루 종일 열린 서울인문포럼은 이와는 정반대였다. 어렵고, 딱딱한 인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넘어 “관심 있는 연사의 강연을 듣는 데 돈은 아깝지 않다”는 인문학 지지층으로 유료객석은 만석(200석)을 이뤘다. 이날 포럼은 ‘함께 이롭게 더불어 행복하게’란 주제로 혜민스님(미 햄프셔대 교수) 김홍신(건국대 교수) 데니스홍(미 UCLA 교수) 변창구(전 서울대 부총장) 등 강사 27명이 차례로 강연했다. 강연티켓이 장당 20만원으로 고가였음에도 일찌감치 매진됐고 표를 구하려는 대기자만 수백 여명에 달했다. 문학, 사학, 철학 등 가볍지 않은 주제에 평일 오전이란 악조건이었지만 휴가를 내서라도 꼭 듣겠다는 직장인들이 상당수였다. 비영리를 추구하는 주최 측은 청년 리더와 기업가 600여명은 무료로 입장시켰다. 절삭공구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조성강(56)씨는 “온라인으로도 강연을 많이 들어 왔지만 아무래도 현장이 주는 생동감이 있고 전달력이 클 것 같아 참석했다”며 “하나라도 제대로 깨닫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강연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로 촉발된 진보진영의 반정부 여론이 토크콘서트로 분출된 게 계기였다. 지금은 강연시장이 아예 대중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유시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연 현대사콘서트가 최고 4만5,000원의 표값에도 매진사례를 할 만큼 비인기 학문이던 인문학 또는 정치 사회 이슈가 대중이 환호하는 아이템이 됐다. TV에 일반인이 출연해 강사가 되는 ‘강연100℃’는 3년째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인 10%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강연은 더 이상 사내교육이나 대학교 특강처럼 졸린 설명만이 아닌 셈이다.

국내 강연시장은 4조3,000억원 규모의 출판시장의 절반을 넘는 3조원대이고, 강연료만 따지면 2조원대로 추산된다. 강사를 섭외하고, 강사를 육성하는 업체나 강연법을 가르치는 전문학원이 등장할 정도로 돈이 되는 시장이다. 자연스레 강연료도 고공행진을 해 1회 강연에 1,000만원 가량 받는 유명 강사들도 수두룩하다.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금액이다. 이런 특A급 강사에는 석학보다는 김제동(방송인) 박경림(방송인) 김영철(희극인) 등 대중 노출빈도가 높은 연예인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박경림씨 강연료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보다 두 배 이상이라는 데서 보듯 강연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논란도 있다. 강연행사를 기획하는 마이크임팩트 한동헌 대표는 “강연시장이 실력보다 인기에 좌우 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론에 생생한 경험을 더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연의 매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정준호기자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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