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정치적 탄압" 강력 반발
검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지도부로 활동했던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한 데 이어, 민변을 상대로 별도의 수사까지 진행해 ‘표적 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민변 지도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제한 규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수사선상에는 박상훈(54ㆍ사법연수원 16기) 전 과거사위 위원 등 3, 4명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위원회들은 군사 정권 시절의 각종 의문사 사건이나 고문 의혹이 제기된 공안 사건들을 재조사한 뒤 “정부에 의해 조작되거나 은폐됐다”며 재심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자 또는 유족 측의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었고, 상당수 사건과 관련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런데 재심 결정이 나오는 데 관여했던 변호사들이 위원회 활동을 마친 뒤, 피해자 측의 소송 대리인을 맡은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변호사법 31조 1항은 ‘공무원이나 조정위원으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들의 수임제한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수사 대상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해당 변호사들의 수임 계약 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변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택근 민변 회장은 “검찰이 민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검토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17일 민변 차원의 회의를 연 뒤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민변을 겨냥한 검찰의 ‘강수’는 계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동주)는 민변 변호사 7명을 징계해 달라고 변협에 신청했다. 이 가운데 권영국(51) 변호사 등 5명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경우여서 통상의 절차와 다를 바 없었지만, 나머지 2명은 ‘피고인에게 허위진술이나 묵비권 행사를 종용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변호사법에 정해진 ‘진실에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례가 없던 일인 데다 유독 공안 사건을 맡은 민변 변호사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변호사의 ‘변론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민변은 검찰을 향해 “법정 공방의 상대방인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변호사의 변론을 문제삼는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했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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